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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칼럼]국민을 '호갱'으로 만드는 정부·핵산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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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2.11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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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사진=머니투데이 DB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사진=머니투데이 DB
낡은 가전제품이나 자동차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것을 계속 고쳐 사용할 것인가, 폐기처분할 것인가를 놓고 항상 고민하게 된다. 이론적으로 모든 기계는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 낡은 부품은 새 부품으로 교체하고, 부품이 없다면 주문 제작을 해서라도 바꾸면 된다.

이 경우, 비용과 시간, 기계의 성능이 문제가 된다. 굳이 낡은 기계를 고치기보다는 새 기계를 사거나 아예 다른 기계로 대체하기도 한다. 과거 모든 사무실에 한 대쯤 있었던 타자기나 워드프로세서, 주판 등이 이런 과정을 거쳐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갔다.

좋은 기술자라면 사용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어야 한다. 기계를 고치는 데 얼마의 비용이 들고, 고치면 기계를 얼마나 쓸 수 있는지 사용자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새 제품이나 같은 기능을 하는 다른 제품이 나왔다면 그것을 알려주는 것이 좋은 기술자가 갖춰야 할 덕목이다. 사용자가 잘 모른다고 무조건 수리비만 청구한다면 비싼 돈을 썼지만 성능이 떨어지는 기계를 쓰게 된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호갱(호구+고객)' 이 되는 것이다.

바로 지금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둘러싸고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설계 수명 30년이 지난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심사가 5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아직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벌써 5000억원 이상의 부품 교체 비용이 투자되었다. 설사 수명연장이 결정되더라도 수천억원의 추가 수리비용이 필요하고, 결과적으로 월성 1호기는 수명연장을 할지라도 수천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발전소는 전기를 생산해서 판매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계이다.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은 핵발전소 말고도 다양한 방법이 있고, 월성 1호기 이외에도 많은 최신형 핵발전소들이 우리나라에 있다. 핵발전소에 대한 찬성, 반대 목소리는 언제나 높았지만 이것을 바탕으로 낡은 월성 1호기 재가동을 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사용자인 국민들이 정해야 할 몫이다. 월성 1호기를 소유·운영하고 있는 한수원은 공기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와 한수원은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국민들은 무조건 '안전하다, '괜찮다'는 말만 듣고 있다. 또한 수십년간 이 분야를 다룬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신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수명연장이 결정되기 전부터 수천억원의 비용이 투자되어 적자를 보게 될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다. 기계 주인은 발전소를 고쳐 쓰겠다고 결정하지 않았지만, 기술자들은 먼저 수리비를 지출했고, 그 과정에서 손해가 발생한 것이다.

설사 월성1호기가 폐쇄되더라도 우리나라 전력수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도 정부는 중요하게 다루지 않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안전성이 아니라 경제성 문제로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있는 사실 역시 우리나라에선 고려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한수원 비리 사건 이후 핵발전을 꺼리는 국민 여론은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심사과정에서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일부 핵공학자들이 월성 1호기가 최신 안전기준을 제대로 준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그마나 정부가 강조하는 '안전성' 역시 의심받고 있다. 월성 1호기는 원자로 격납건물에 대한 안전기준인 'R-7'을 적용하지 않아 냉각재 상실사고 발생시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이 시점에서 합리적인 국민이라면 의문을 제기해야 할 것이다. 누구를 위한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인가? 월성 1호기보다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다른 발전소는 없는가? 우리나라의 핵발전소 수명연장에 대한 법제도는 제대로 되어 있는가? 정부와 한수원은 이런 질문에 답해야 할 것이다.

이제 국민들은 기술자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가는 '호갱'이 아니다. 낡고 불안한 핵발전소가 아니라,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발전소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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