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금슬금 밀리는 대형주, 불안한 ELS 투자자들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투자자 A씨는 최근 ELS 중도 해지를 고민 중이다. A씨는 2013년 4월에 삼성전자와 금호석유화학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종목형 ELS에 가입했다. 두 기초자산의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면 연 10.6%를 보장하는 고수익 상품이다. A씨는 그러나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금호석유화학의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서 지난 3일 장중 5만7600원까지 떨어진 것. 금호석유화학의 가격이 하한 베리어(낙인, 손실 구간)인 5만1000원을 밑돌면 순식간에 ELS의 가격이 반토막 날 수 있다.

대형주의 뒷걸음질에 종목형 ELS 투자자들이 가슴을 졸이고 잇다. 산업구조 재편으로 기존 대형주의 주가가 계속 미끄러지고 있는데다, 상하한 제한폭 확대로 주가 변동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어제의 대형주와 오늘의 대형주는 다르다=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발행된 종목형 ELS 발행금액은 총 5조8958억원이다. 시기별로 보면 2013년에 3조5598억원, 2014년에 1조7911억원, 올 상반기에 5449억원으로 점차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종목형 ELS는 비교적 변동성이 적은 대형주를 기초자산으로, 높은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판매돼 왔다. 발행 시기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기초자산으로 주로 활용된 종목은 삼성전자, 현대차, SK텔레콤, 현대모비스 등 국내 10대 그룹주였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중소형주 장세가 펼쳐지고 대형주는 점차 힘을 잃어가면서 종목형 ELS 투자자들은 손실을 우려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대형주가 급락할 리 없다고 믿었던 투자자들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2013년 1월2일과 현재 코스피지수를 비교해보면 각각 2011.94포인트, 2027.99포인트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시가총액 상위 기업은 확연히 다르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시총 1위를 지키고 있지만 2013년에는 157만6000원이던 주가가 현재는 118만2000원으로 25%하락했다. 시총 2위였던 현대차는 33% 하락해 3위로 밀려났다. 포스코는 44%가 폭락했다. 당시 시총 10위 기업 중에서 현재와 비교해 주가가 오른 기업은 한국전력(63.8%), 삼성생명(10.8%), 신한지주(6.6%) 세곳 뿐이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내수가 작은 우리나라는 내부보다는 외부 수요와 환경에 따라 기업의 흥망이 바뀐다"라며 "경제 성장기에 부흥했던 인프라 산업이 하락하고 소비 중심의 기업들이 성장하고 있어 우리나라 대표 기업에 대한 고정관념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종목형 ELS, 대박이냐 쪽박이냐=A씨처럼 낙인에 근접한 종목형 ELS 투자자라면 중도 해지를 할 지, 만기까지 기다려볼 지를 결단할 필요가 있다.

만약 내년 4월 만기까지 두 기초자산의 주가가 55% 이상이면 3년치의 수익을 한꺼번에 받아 원금+31.8%의 수익을 낼 수 있다. 반면 기초자산 중 어느 하나라도 낙인에 들어가면 ELS의 가격이 반토막이 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지난 6월15일부터 상하한 제한폭이 15%에서 30%로 늘어나 종목별 변동성이 커진 점도 부담스럽다.

중도해지를 할 경우 ELS의 공정가액 대비 최소 95% 이상을 돌려받을 수 있다. 공정가액은 펀드의 기준가와 비슷한 것으로 ELS의 현재 가치를 평가한 것이다. KIS채권평가 등 외부 평가 기관이 ELS의 잔존 만기, 제시 수익률, 기초자산의 변동성 등을 고려해 산출하고 있다. A씨가 투자한 ELS의 현재 공정가액은 7700원이다. 100만원을 투자했다면 최소 73만15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다. 26.85%의 손실을 감수해서라도 낙인의 부담에서 벗어날 지, 낙인의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30%의 수익을 노려볼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종목형 ELS로 성장하는 종목에 선제 투자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ELS는 운용을 위해 유동성이 높은 대기업을 기초자산으로 선택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며 "최근처럼 중소형주가 각광받는 장에서는 투자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