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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의 싸움, 다시 '의문사'…"군대 가면 그저 죽지 않기만 바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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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만배 기자
  • 이태성 기자
  • 양성희 기자
  • 황재하 기자
  • 한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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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12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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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살롱<81>]'허원근 일병 사망 사건 대법' "사인 단정 못해", 매년 100명씩 군에서 사망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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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고위급 회담이 있었던 지난달 24일 오후 경기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서 육군 장병들이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1980년대 대표적인 군 의문사 사건인 '허원근 일병 사망 사건'이 영구미제로 남게 됐습니다. 대법원이 사망 원인에 대해 '자살인지 타살인지 단정지을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허 일병은 1984년 4월2일 강원도 화천군 최전방 부대인 육군 7사단에서 복무하던 중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군은 군생활 부적응에 따른 자살로 결론을 내립니다. 허 일병의 가슴과 머리에는 3군데 총상이 있었는데 군은 허 일병이 M16 소총을 반자동에 위치시키고 스스로 우측 가슴 부위에 한발을 발사한 뒤 치명상을 입지 않자 다시 좌측 가슴 부위에 발사했고, 마지막으로 우측 눈썹 부위에 한 발을 더 발사해 자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살을 하려고 했다 하더라도 자신의 몸에 소총으로 3발이나 총을 쏠 수 있을까. 허 일병의 유족들은 의혹을 제기했지만 군 당국은 자살이라는 입장만을 반복했습니다.

◇군 의문사위 '타살' 조사 결과 발표, 군은 특별조사단 꾸려 반박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2000년부터 허 일병의 사망에 대해 조사를 벌입니다. 위원회는 2002년 8월 군의 발표를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위원회는 허 일병이 같은 부대원에 의해 타살됐으며 은폐를 위해 대대급 간부까지 참여한 대책회의가 열렸고, 허일병의 피살현장을 목격한 사병들을 대상으로 '알리바이 조작' 등을 위한 특별교육까지 있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위원회가 밝힌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당일 부대 내 파티가 있었고 만취상태가 된 한 하사관이 행패를 부리다 허 일병을 향해 총을 쐈습니다. 허 일병은 그자리에서 오른쪽 가슴에 총을 맞고 숨졌고 이후 군 간부들이 문책을 우려, 자살로 위장합니다. 사고를 목격했던 간부와 사병들은 현장을 청소해 증거를 인멸한 다음 30m 떨어진 창고로 시체를 옮겨 두 번 더 총을 쐈다는 것입니다.

위원회는 특히 사고 발생직후 현장에 있던 사병들에게 알리바이 조작과 증거조작 등을 위해 역할을 분담시키는 특별교육이 있었으며, 주검에 가해지는 2발의 총성도 부대원들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군부대는 이 발표에 반발했습니다. 국방부 특별조사단은 그해 11월 허 일병의 사인은 자살이라며 위원회의 발표를 정면 반박했습니다. 특조단은 사고 당일 오전 10시와 11시 사이 모두 3발의 총성이 청취됐다고 합니다. 또 법의학자들간의 토론회를 열어 다수의 법의학자들이 자살로 보인다고 한 점도 추가했습니다.

◇결국 공은 법원으로…'타살'→'자살'→'의문사'

논란은 계속됐고 허 일병의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릅니다. 1심 재판부는 2010년 허 일병의 사망을 타살로 판단, 국가가 고인의 유족에게 9억2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대대장 등은 소속 부대원들을 시켜 적극적으로 사건을 은폐ㆍ조작하도록 지시했고, 수사를 담당한 헌병대는 사건의 진상을 수사과정에서 알게 됐음에도 사건의 진상을 은폐ㆍ조작하는 등 수사기관으로서의 의무에 위배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은 이를 다시 '자살'로 뒤집습니다. 재판부는 "법의학자들은 대부분 흉부에 있는 2군데의 총상은 폐를 관통했지만 모두 심장을 관통하지는 않아 치명상이 아니며, 폐 손상 자체로는 의식을 잃거나 심장이 멎어서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지 않으므로 총상 후에도 다시 두부(머리)에 총을 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소견을 제시했다"고 밝힙니다. 재판부는 국가의 부실 조사에 대한 책임만을 인정, 배상액을 3억여원으로 낮췄습니다.

대법원은 이 결과를 또한번 바꿉니다. 대법원은 "허 일병이 타살됐다는 정황이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소속 부대원 등 다른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해 사망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렇다고 해서 허 일병이 자살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대법원의 결론은 '의문사'인 셈입니다.

◇"조사기관 독립시켜야"

'사망 원인을 알 수 없다.' 이 결론을 얻기까지 유족은 31년의 시간을 써야했습니다. 사고 초기 조사가 제대로 됐다면 허 일병의 유족들이 이처럼 긴 싸움을 해올 이유가 없었습니다. 이 모든 책임이 군 당국에 있는 셈입니다.

국방부 통계에 따르면 매년 100명이상의 군인이 군 부대 내에서 사망합니다. 군 내에서 일어난 사망사건 중 사인이 불명확할 경우 군 수사 결과를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폐쇄적인 군 특성상 조작, 은폐가 있을 것이라는 의심 때문입니다. 특히 사망사고는 군 고위층이 옷을 벗을 수도 있는 사건이어서 축소, 조작되는 경우가 실제로 많았습니다.

허 일병의 아버지는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건을 계기로)이제는 헌병대 수사를 독립시켜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군 내부 사건 조사를 군에만 맡겨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방법은 어찌됐든 허 일병같은 억울한 일은 더 이상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국방의 의무 때문에 군에 입영하는 장병들의 사고는 군이 무엇보다도 면밀히 챙겨야 할 사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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