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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년 체결된 한일협정이 걸림돌로…피해자들 싸움은 여전히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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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만배 기자
  • 이태성 기자
  • 양성희 기자
  • 한정수 기자
  • 이경은 기자
  • 2015.12.26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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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살롱<96>]헌재, 한일청구권협정 헌법소원 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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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들이 헌법재판소가 한일청구권 협정 제2조 제1항에 청구된 헌법소원 사건을 각하 결정한 23일 서울 종로구 북촌로 헌법재판소 앞에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대일본 청구권을 제한한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한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가 각하했습니다. '각하'는 헌법소원 청구가 헌재의 심판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할 때 본안 심리조차 하지 않고 내려지는 결정입니다.

이 사건은 헌재의 최장기 미제사건이었습니다. '심판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헌재는 6년의 시간을 썼는데요, 그 배경을 살펴보려 합니다.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 협정

일제강점기였던 1937년, 일본은 중일전쟁이 발발하자 우리나라에 대한 수탈을 더욱 강화합니다. 당시 일본은 전선의 병력 뿐만아니리 노동력도 동원해갔는데 1939년 이후 1945년까지 일본으로 강제연행된 한국인은 113만여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은 임금도 받지 못한 채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강제노역을 해야 했습니다. 일부는 기밀유지를 이유로 집단으로 학살되기도 했습니다.

해방 후 한국은 일본에 강제징용을 포함한 피해에 대해 배상을 요구합니다. 이 배상과 관련한 합의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이뤄집니다. 박 전 대통령은 1965년 일본과 한일협정을 맺으며 이 협정에 ‘일본은 한국에 10년에 걸쳐 무상 3억달러와 유상 2억달러를 제공하고, 양국과 그 국민의 재산·권리 및 이익과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을 확인한다’는 내용을 포함시킵니다.

'무상 3억달러'가 작은 돈은 아니지만 일제의 만행에 대한 배상으로는 턱없이 적습니다. 이때문에 국내에서는 이 협정을 놓고 큰 반발이 있었습니다. 전국의 고등학생들과 대학생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시위하자 박정희 정부는 이를 위수령(육군 부대를 한 지역에 주둔시키는 것)을 내려 강제로 진압했습니다.

이 협정은 이후 일제 피해자들의 족쇄가 됩니다. 협정때문에 피해자들이 자신들을 강제징용해갔던 일본 기업을 상대로 배상을 요구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에서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내면 일본 법원은 이 조항을 근거로 '보상이 끝났다'는 판결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위안부 문제의 해결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한일청구권협정 헌법소원 6년만에 각하

이 조항이 정식으로 헌법재판소에서 다뤄지기 시작한 것은 2009년 11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된 부친을 잃은 이윤재씨가 해당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내면서부터입니다. 이씨는 부친의 미수금을 지급해 달라는 소송을 진행하던 중 한일청구권협정이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냅니다.

헌재는 이를 6년여간 심리한 끝에 각하합니다. 이씨의 미수금 지급 소송에 한일청구권협정의 위헌 여부가 영향을 미치지 않아 헌법소원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일본과의 배상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조항에 대해 위헌인지 합헌인지 결정을 내놓지 않은 헌재는,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지원법)과 ‘대일 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특별법) 조항에 대해서는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재는 "지원금은 강제동원 희생자 유족들에게 인도적 차원에서 지급되는 것이며 화폐가치의 차이를 완전하게 반영하지 못한다고 자의적 입법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헌재의 어쩔 수 없는 판단"…피해자들은?

헌재의 이번 결정은 어느 한쪽으로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해 헌재가 결론을 낼 경우 후폭풍이 거셀 것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위헌 결정을 내렸을 경우 일본의 반발이. 합헌 결정을 내렸을 경우 국내의 반발이 뻔한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법조계에서도 헌재의 이번 판단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변호사는 "헌재가 이 조항을 위헌이라고 결정했다면 우리나라는 외교적으로 큰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한일청구권 협정은 50년간 유지돼 온 조약으로 이를 재판소가 무효로 돌렸을 경우 국제사회의 신뢰도 하락은 피할 수 없었다"며 "3권분립과 관련한 문제도 생길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번 헌재 결정이 한일 배상문제를 완전히 끝낸 것은 아닙니다. 2012년 대법원의 판결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이 협정에 대해 "정부 간 청구권은 해결됐다 하더라도 우리 국민 개인의 청구권까지 제한한 건 아니다"라고 한 판결한 바 있습니다. 이 판결을 근거로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 13건이 현재 한국 법원에 계류중입니다. 한일협정을 둘러싼 논란이 50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셈입니다. 피해자들의 싸움도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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