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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시장] 외도의 책임, 너무 가볍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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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혜정 조혜정 법률사무소 변호사
  • 2016.07.25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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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정신적 고통만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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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정 변호사
임신 5개월 차인 A씨가 찾아왔다. 애써 침착하게 얘기를 꺼냈지만 이내 울음 때문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태아의 아빠인 남편과 이혼하고 싶다고 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일 중 하나가 임신한 상태에서 아이아빠와 이혼소송을 하는 일이다. 가냘프고 독한 데라곤 하나도 없어 보이는 A씨가 이런 험한 일을 결심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었다.

30대 초반인 A씨는 7년 전 결혼해서 남편과의 사이에 5살짜리 아들이 하나 있고 둘째가 5개월 후 태어날 예정이었다. 이혼하려는 이유는 큰 아이를 임신할 때부터 지금까지 남편이 한 여자와 외도를 하고 있다는 것. 큰 아이 임신 당시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돼 이혼하려고 했지만, '헤어질 테니 한 번만 용서해 달라'는 남편의 말을 믿고 넘어갔다. 그러나 얼마 전 남편 휴대폰에서 외도녀와 주고받은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발견했다. 두 사람은 관계를 들킨 후에도 헤어지지 않고 지금까지 6년간 관계를 이어온 것이었다.

바람피운 남편과 헤어지면 되는 것 아닌가 싶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이혼하고 A씨 혼자 두 아이를 키울만한 돈이 없었다. A씨와 남편의 재산은 남편 명의 보증금 1억원이 전부였다. A씨 월급 150만원, 남편 월급 250만원으로 두 사람의 수입을 합쳐야 두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정도. 남편 명의 보증금에서 재산분할금과 양육비를 받는다고 해도 A씨는 5~6000만원 정도의 자금과 월 200만원이 조금 넘는 돈으로 두 아이와 생계를 꾸려야 했다. A씨의 부모님은 생활보호대상자여서 A씨를 도와줄 만한 형편이 아니었다. A씨는 이혼하면 부모님과 합쳐 아이들은 부모님께 맡기고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겠다고 했다. A씨의 적은 급여로 부모님의 노후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아이아빠를 용서하고 같이 살면 안 되겠냐고 필자가 말하자 A씨는 눈물을 비오듯 쏟아냈다. "저도 그래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못하겠어요. 그 여자를 찾아갔는데 미안해하지도 않고 자기가 더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보고 나니 이혼하지 않고선 암 걸려 죽을 거 같아요." A씨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갑상선 질환마저 생겼다고 했다.

A씨는 남편의 외도녀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도 해달라고 했다. 법리적으로 A씨가 받을 수 있는 위자료는 최대 3000만원 정도다. 사람에 따라 많다고 볼지도 모르지만, A씨가 받게 된 정신적·경제적 고통에 비하면 너무 적은 액수다.

A씨 부부처럼 기본 자산이 충분하지 않고 월 소득도 많지 않을 경우 부부가 합심해서 돈을 벌고 아이들을 키우며 저축해야만 인간다운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부부가 이혼할 경우 부부 양쪽 다 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되는데, 특히 아이를 양육하는 쪽의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 재산분할을 받아도 주거를 마련할 자금은 안 되고 양육비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가정은 애정공동체인 동시에 경제공동체다. 부부의 애정에 문제가 생기면 경제공동체가 파괴될 수밖에 없다. A씨 부부와 같이 부부가 합심해야 기본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경우 가정이라는 경제공동체가 파괴되면 부부와 아이들의 미래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외도는 정신적 고통만의 문제가 아니고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도 직결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현재 우리의 법은 불륜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에 대한 책임으로 2~3000만원 정도의 위자료만 내라고 한다. 그 정도 액수의 위자료만으로 법적인 면죄부를 주기엔 당사자들의 경제적 고통이 너무 크지 않은가. 불륜 당사자에게 불륜으로 인한 경제적인 손실을 일부라도 책임지게 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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