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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당랑규선(螳螂窺蟬), 최은영 회장과 유수홀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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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동희 기자
  • 2016.09.0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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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랑규선(螳螂窺蟬)이라는 고사성어는 '사마귀가 매미를 잡아먹기 위해 엿본다'는 말로 전기 한나라의 유황이 지은 설원이라는 책에 나오는 얘기다.

[오동희의 思見]당랑규선(螳螂窺蟬), 최은영 회장과 유수홀딩스
오나라 왕 부차가 월나라 공략에 성공한 후 충신들의 간언을 듣지 않고 월나라에서 보내온 미인 서시에게 빠져 방탕하게 생활한 것을 그의 아들 태자 우가 당랑규선의 고사를 들며 경계하도록 간언했다.

하지만 부차는 아들의 말조차 듣지 않아 결국 쓸개를 맛보며 복수를 꿈꾸던 월나라 구천의 공격에 패해 자결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 얘기다.

매미를 사마귀가 노려보고, 그 사마귀를 참새가 노려보고, 그 참새를 잡기 위해 태자 우가 활시위를 당기다가 눈앞의 웅덩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빠지는 대목까지가 아들이 아버지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들려준 얘기다.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더 큰 문제를 생각하지 못해 우를 범한다는 얘기로 황금소가 탐이 나 진나라 군대가 진군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준 촉후의 욕심과 우매함을 소개한 '소탐대실'이라는 고사성어와 비슷한 말이다.

최근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업 구조조정 과정을 보면 여러 대목에서 이같은 당랑규선이나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는 것이 눈에 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의 과정에서 전현직 대주주들과 정부·채권단의 대응을 볼때나, 대우조선해양 처리문제를 놓고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모습을 볼 때 자신들의 뒤에 닥쳐올 위험을 모른 채 눈앞의 매미만을 쳐다보는 사마귀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한진해운의 회장이었던 최은영 회장이 이끌고 있는 유수홀딩스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직후인 8월 31일 자사 홈페이지에 송영규 대표이사 명의로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신청시 유수그룹의 영향'이라는 입장자료를 올렸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시 유수그룹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일부 영향을 받는 자회사는 싸이버로지텍과 유스에스엠으로 매출액에 일정기간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으나 충분히 극복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썼다.

상장사인 유수홀딩스의 주주들을 안심시키고, 한진해운의 파장이 자사로 번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유수홀딩스가 어떤 회사이며, 한진해운과는 어떤 관계인지를 아는 사람들은 이를 보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한다. 유수홀딩스와 한진해운은 원래 한몸이었고, 최은영 회장의 경영부실로 한진해운이 중병이 들었을 때 그 중에 괜찮은 부분만을 떼어내 분리한 곳이 유수홀딩스 및 그 자회사들이다.

또한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사업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음은 송영규 대표도 직접 언급한 바와 같다. 유수홀딩스가 생존하고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한진해운의 회생이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목이지만, 최 회장은 채권단의 자율협약 직전에 한진해운 보유 주식을 재빠르게 팔고는 이제는 '모르쇠'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얼마 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한진해운의 부실에 대해 전현직 대주주의 책임 있는 자세를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재차 언급했지만, 조양호 한진 그룹 회장이나 최 회장 등은 이를 외면했다. 한 치 앞의 이익에만 눈이 어두워 먼 미래를 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채권단의 우뇌(장기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부분)에는 한진그룹과 유수홀딩스가 부실책임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한진과 최 회장이 보여준 모습은 그들의 미래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주주들의 책임회피에 더해 한진해운의 법정 관리행 전후의 정부와 채권단의 준비 자세도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는 어렵다.

대주주들의 책임을 논할 때는 국민의 혈세와 예금을 빌려준 채권단 스스로의 대비책도 충분히 마련했어야 했다. 전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한진해운의 물류대란을 접하고서야 부랴부랴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드느니 하는 모습은 국민들 보기에 면구스럽다.

대주주들의 책임만을 요구할 뿐 정작 자신들이 준비해야 할 것에는 손 놓고 있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된 것이 현재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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