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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대한민국에서 기업으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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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동희 기자
  • 2016.10.25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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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지역 10명의 국회의원들은 지난 24일 오후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과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사장 등을 국회로 불러 5년 전 약속한 새만금지구 7조 6000억원의 투자를 철회한 이유를 따져 묻고 대안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박 사장은 전북 도민에게 사과하고,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침체와 중국의 과대 투자 등으로 사업성이 없어 태양광 사업 등의 투자를 철회한 배경을 설명하는 데 진땀을 뺐다.

산업1부 재계팀장(부장)
산업1부 재계팀장(부장)
삼성 입장에서도 억울한 측면이 있겠지만 변명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었다. 투자발표 당시 국무총리실이 새만금 종합개발계획(MP)을 내놓고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새만금사업 설명회를 열어 참여를 독려했었다. 그 때 전북도와 체결한 양해각서(MOU) 상에는 삼성이 새만금 투자를 위해 '노력한다'라고만 돼 있었지만 이는 기정사실화돼 삼성이 '원죄'를 안게 됐다.

박 사장은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수준의 답변으로 이날 국회를 떠날 수 있었다. 삼성의 새만금 투자와 관련해서 당시 이명박 정부가 지역 민심을 달래기 위해 기업에 강한 도움(?)을 요청했다는 게 재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2011년 당시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삼성뿐만 아니라 SK, 현대중공업, LG 등 기업들은 앞다퉈 자원개발과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힘을 썼었다. 이로 인한 손실도 막대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주요기업들이 신정부의 '창조경제' 달성이라는 국정 과제수행을 위해 전국 각지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해야 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 초기에 기업들은 "이것도 이 정부가 끝나면 녹색성장과 마찬가지로 상처만 남긴 채 조용히 사라질 것"이라며 "혼나지 않을 정도만 힘을 쓴다"고 말할 정도였다. 기업들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의 색깔을 내기 위해 쏟는 '투자'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부가 국토의 균형발전과 경제주체간 부의 분배에 힘을 쏟는 일을 나무랄 일은 아니다. 다만 정권의 치적을 위해 기업의 금고를 쌈짓돈 빼듯이 해오는 일은 없어야 한다.

기업들의 정상적 세금(법인세 등)을 능가하는 각종 준조세는 그동안 수없이 지적돼 왔고, 지역의 각종 민원사업에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해당 기업들이 참여를 주저하면 '지역을 무시한다'는 여론으로 압박하기 일쑤다.

이번 전북지역 국회의원들과 삼성 사장들의 간담회는 지역구 주민들에게 국회의원의 '권능'을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의 성격도 부인할 수 없다. 이렇게 한국 대표 기업을 불러 '잘못'을 혼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성격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을 불러 따져 묻기보다는 중국과 베트남, 인도 등 신흥국들의 지자체들이 자신들의 지역에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를 듣는 자리였어야 옳다.

토지를 무상 또는 저가로 제공하고, 수십년간의 법인세를 면제 또는 감면하면서도 자국 내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배울 점을 찾아야 하는 자리였어야 했다. 신흥국처럼 국내에서 이 같은 혜택을 제공한다면 당장 '재벌 특혜'의 여론에 살아남기 힘들지라도 미래 일자리를 위해서 선량들이 나서서 몸으로 희생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면 더 좋았을 뻔 했다.

정부는 국민을 대신해 기업들이 단순한 이윤추구에만 몰두하지 말고, 사회 전체를 위해 노력하도록 강제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 기업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할 때는 질타도 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도 기업의 생존이 전제가 돼야 한다. 스스로 생존하기에 벅찬 기업들에게 정권이나 지자체의 치적용 사업에 나서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다. 대한민국에서 기업으로 사는 것이 날로 힘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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