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백제 특별전'

국립중앙박물관이 오는 29일부터 내년 1월30일까지 개최하는 '세계유산 백제' 특별전에서 처음으로 공개되는 '정관십구년명 옻칠 갑옷편'.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고구려와 신라에 비해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국가, 백제. 유네스코는 지난해 7월 백제역사유적지구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며 동아시아에서 백제의 문화적 교류와 독창적 문화를 높이 평가했다.

등재 1주년을 맞아 교류와 독창성으로 정리되는, 백제의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특별 전시회가 서울에서 개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오는 29일부터 내년 1월 30일까지 약 3달에 걸쳐 진행하는 '세계유산 백제'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백제세계유산센터와 함께 준비한 이번 전시에는 웅진기(475~538년)와 사비기(538~660년)의 대표 문화재 350건 1720점이 도성, 사찰, 능묘 등으로 구분해 소개된다.

1999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었던 특별전 '백제' 이후 17년 만에 선보이는 비교적 큰 규모의 백제 관련 특별전인 이번 전시는, 백제 문화의 독특한 아름다움과 보편적 가치를 소개할 수 있도록 준비됐다.

왕흥사지 목탑 사리구.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공주 공산성과 송산리고분군, 부여의 관북리유적 부소산성과 나성의 정림사지 능산리고분군, 익산의 왕궁리유적과 미륵사지 등 백제역사유적지구의 가장 핵심적인 곳들을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도성'은 국가를 다스리는 통치 계급인 왕과 귀족이 살았던 공간이다. 국가의 성립이나 발전 과정이 그대로 반영돼있다. 백제는 산과 평야가 어우러진 지형의 특징을 잘 살려 평지성과 산성을 결합하고 여기에 중국의 '도성제' 요소를 추가한 독특한 도성 구조를 만들어냈다.

도성 안팎의 성곽, 관청, 창고, 공방, 정원, 화장실, 부엌 등에서 나온 자료들을 통해 당시의 건물 구조와 행정 편제, 생활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2011년 공주 공산성에서 발굴된 '정관십구년'(645년)이라는 붉은 글자가 남은 옻칠 갑옷은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된다.

'사찰'은 백제 사람들의 종교와 사상, 염원이 담긴 공간이다. 백제는 중국의 역사서에 '사찰과 불탑이 많은 나라'로 기록될 만큼 불교가 성행했다. 왕실은 주도적으로 사찰을 세웠고 사리를 공양하는 등 불교를 적극적으로 후원했다.

왕흥사지와 미륵사지의 사리장엄구에는 언제, 누가, 무엇을 위해 발원했는지 알 수 있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를 통해 백제에서 국교였던 불교의 위상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왕흥사지, 미륵사지, 왕궁리 사리장엄을 처음으로 함께 모아 전시한다.

왕흥사 치미.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마지막으로 '능묘'는 왕의 사후 세계를 위한 공간이자 선왕을 통해 현왕의 권위를 유지하는 곳이다. 백제의 능묘와 장례 풍습은 백제사의 전개 과정에 따라 변했다. 한성도읍기(기원전 18~475)의 능묘는 처음에는 고구려식인 돌무지무덤이었지만 뒤에 굴식돌방무덤, 터널형 벽돌무덤 등을 거쳐 백제식인 '굴식 돌방무덤'에 정착한다.

전시를 기획한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세계유산 백제 특별전시가 개방적이며 창의적인 백제 역사유적의 문화적 가치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후손에게 어떤 문화를 남겨 줄 것인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