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카드, 웰니스·주거 등 이종업계 스타트업도 끌어안는다

스타트업 업계에 대한 투자 중심축이 금융·상거래 분야에서 웰니스, 주거 등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로 이동하고 있다. 최근 3년 사이 금융 및 상거래 투자건수 및 투자액은 줄어든 반면 웰니스, 주거 관련 투자는 증가 추세를 나타냈다. 이로 인해 송금·결제, 전자상거래, P2P(개인간 거래) 등에 치중된 기존 금융권의 스타트업 협업 구조도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제기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B국민카드는 스타트업 전문 엑셀러레이터업체 로아인벤션랩과 스타트업 생태계 분석 보고서인 '퓨처나인 리포트'를 작성했다. 퓨처나인은 KB국민카드가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스타트업 전문 육성 프로그램으로 올해에는 2기 업체들을 선발한다. 스타트업 업계 전반에 대한 동향을 분석하고 업종별로 세분화한 것은 전 금융권을 통들어 KB국민카드가 처음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상거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건수 비중은 2015년 16.0%, 2016년 17.3%, 2017년 16.0%로 제자리걸음 했으며 투자액 비중은 2015년 34.6%, 2016년 20.5%, 2017년 15.6%로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웰니스 투자건수는 2015년 18.5%, 2016년 19.4%, 2017년 22.5%로 점차 증가했다. 웰니스 투자액 비중도 2015년 7.0%에서 2016년 5.5%, 2017년 12.3%로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 및 상거래 분야의 투자 축소는 이미 시장 자체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협업을 통한 새로운 먹거리 창출 여지가 줄어들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회사들 역시 송금·결제, 전자상거래 등 금융분야 스타트업 투자에 집중해 왔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금융 분야의 경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협업보다는 단순 제휴 관계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웰니스, 주거, 음식 등으로 투자 분야가 대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현재 퓨처나인이 설정한 △웰니스 △주거 △금융·상거래 △엔터테인먼트 △의료 △음식 △패션·뷰티 △모빌리티 △커뮤니티 등 9가지 분야를 기준으로 영역별 주요 동향 및 전망을 제시했다. 교육 및 유아, 실버, 반려동물 등 실생활과 관련된 웰니스의 경우 인공지능(AI)을 통한 맞춤형 교육을 비롯해 채용·이직 등 구인구직 서비스가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거 분야에서는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한 스마트홈 및 신재생 등 친환경 관련 스타트업을 유망 산업으로 꼽았다.


금융·상거래의 경우 IoT 및 바이오와 결합한 결제·마케팅 서비스와 블록체인 기반 보안 분야가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콘텐츠·문화예술·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가상·증강현실(AR·VR) 기술과의 접목이 가상 유망한 영역으로 기대했다. 의료 분야에서는 AI, IoT와 결합한 간편 진단 및 치료영역의 급성장을 전망했다.

음식 분야에서는 배달 서비스뿐만 아니라 베이커리·쿠킹 특화 스타트업의 등장을 언급하며 IoT, AI와 연계한 음식 제조 서비스 출현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패션·뷰티에서는 AR·VR을 이용한 의류 큐레이션 및 렌탈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차량고유와 자율주행, 친환경 등이 결합한 복합적인 서비스 탄생을 전망했다. 커뮤니티와 관련해서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현지와 교류가 가능한 글로벌 서비스가 더 늘어날 것으로 진단했다.

KB국민카드는 특히 실생활과 관련된 웰니스 분야를 주목하고 있다. 웰니스의 경우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4차산업 주요 기술과의 접목이 다른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활발하고 고르게 이뤄지고 있어서다. 스타트업 관련 정보제공업체 더브이씨(The VC)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 간 총 494건의 기술 관련 투자건수 중 웰니스 투자건수가 129건으로 가장 고르게 분포돼 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아직은 카드사가 금융 외 다른 분야에서 새로운 시너지 요인을 찾기가 쉽지 않은게 현실"이라며 "퓨처나인의 브랜드의 가치를 높여 더 좋은 스타트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게 우선 목표"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KB국민카드의 차별화된 협업 시너지를 만들어 수익성으로 연결시키겠다는 목표다.

해외 글로벌 카드사들도 자체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들과 협업에 나서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마스터카드가 운영하는 스타트패스의 경우 유통, 여행 등 비금융 스타트업 발굴 및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의 아멕스 벤처스는 의류 렌탈, 안경 직거래 등 B2C 상거래 분야까지 투자를 확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