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보유국'과 FTA 협의는 '1조 짜리'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공정위 세종청사 전경

미국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규정을 꺼내 들며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했다. 자국 기업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한미FTA가 규정한 절차적 권리를 충분히 보장했다는 입장이다.

1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5일(현지시간) 한국 정부에 양자협의를 요청했다. USTR이 한국 정부에 양자협의를 요청한 것은 2012년 한미FTA 발효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양자협의 요청은 한국 공정위가 미국 기업의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기됐다. USTR은 "한국 공정위의 일부 심리가 미국 이해당사자에게 불리한 증거를 검토하고 반박할 기회를 보장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문제로 삼고 있는 조항은 한미FTA 16.1조 3항이다. 이 조항은 행정심리에서 "피심인이 자신을 방어하는 증거를 제시하고 발언할 기회를 부여받도록 보장한다"고 규정한다.

일각에선 미국이 퀄컴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공정위는 2016년 12월 퀄컴에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혐위로 1조300억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결정했다. 퀄컴은 이에 불복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과징금 부과 당시 퀄컴은 절차적 공정성과 방어권 보장을 문제 삼았다. 공정위는 당시 배포한 자료에서 "2015년 11월 심사보고서 송부 후 6개월 이상의 의견제출 기한을 보장했다"고 밝혔다.

특히 "2016년 5월 퀄컴의 의견서가 접수된 이후 7월부터 5개월여 기간에 총 7차례 전원회의를 개최하는 등 전례가 없을 정도로 퀄컴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노력했다"며 "한미FTA 규정에 따라 충분한 절차적 권리를 보장했다"고 설명했다.

USTR이 퀄컴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지만 양자협의 과정에서 공정위는 이 같은 설명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자협의는 한미FTA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범정부 차원에서 이뤄진다.

공정위 관계자는 "한미FTA 규정 등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며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이런 내용을 충분히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