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사망' 구은수 2심선 유죄…"과잉살수 조치했어야"(종합)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를 받는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지난 5월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5.22/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 당시 집회에서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항소심에서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균용)는 9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구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1심은 구 전 청장이 총괄책임자로 살수차 운영지침에 허가권자로 명시돼 있지만 권한을 현장 지휘관 등에 위임하고 있고, 이 때문에 결국 구체적인 지휘감독 의무를 원칙적으로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판단을 달리 했다.

재판부는 "구 전 청장은 안전총괄 책임자로서 당시 현장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었고, 당시 현장 지휘관이 안전한 살수에 관한 지휘·감독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음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다면 더이상 현장 지휘관의 보고를 수동적으로 받기만 하거나 그 현장의 지휘만을 신뢰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지휘권을 적절히 행사해 과잉살수 등 실태를 주체적으로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야 했지만 그러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당시 집회·시위는 과격하고 폭력적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과잉살수가 방치돼 사망사건이 발생했다"며 "(경찰이) 적절한 대응으로 시민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해야 했지만 적정수준을 초과해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구 전 청장은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시위 당시 백남기 농민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살수 승인부터 혼합살수의 허가, 살수차 이동·배치를 결정하는 집회관리의 총 책임자였음에도 이에 대한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시위에 참가했던 백 농민은 머리부분에 경찰살수차가 쏜 물대포를 맞고 두개골 골절 등으로 2016년 9월25일 숨졌다.

구 전 청장과 함께 기소된 살수요원 한모 경장에 대해서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한모 경장의 허위 공문서 작성 범행 정도가 중하지 않고 피해자의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감형했다.

현장 지휘관 신모 전 서울청 제4기동단장과 살수요원 최모 경장에게는 1심과 같이 각 벌금 1000만원과 벌금 7000만원이 선고됐다.

신 전 단장은 적법한 살수를 이끌어야 하는데도 살수요원들이 백씨의 머리에 직사살수를 하도록 방치한 혐의를, 살수요원 한·최 경장은 시위 군중 해산 목적으로 살수차를 사용해야 한다는 '살수차 운용지침'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구 전 청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한편 선고를 마친 구 전 청장은 1심과 달리 유죄가 인정된 데 대해 "유죄가 나오든 무죄가 나오든 무슨 상관이 있나"라며 "저는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답한 뒤 법정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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