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사 유치원서 '억대 횡령' 지홍 스님, 집행유예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지홍 스님 자료사진. /사진=뉴시스

불광사 산하 불광유치원 공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조계종 포교원장 지홍 스님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조현락 판사는 16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지홍 스님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치원 원장 임모씨에게는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지홍 스님은) 유치원 직원이라기 보다 재단 경영자, 창건자 지위에 있었다고 보여진다"며 "근로의 대가를 받을 수 없고, 별도로 고용관계가 성립됐다고 보기 어려워 횡령죄는 유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피해액이 1억원이 넘으나 지홍 스님이 1억8000여만원을 공탁한 점,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지홍 스님은 불광유치원 원장인 임씨와 공모해 유치원 상근임원에 이름을 거짓으로 올린 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달 200여만원씩 72차례, 총 1억8000만원 상당 월급을 받아 빼돌린 혐의다.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지홍스님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해달라고 구형했다. 검찰은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지위를 이용해 교비를 자신이 쓴 점, 피해가 적지 않은 점,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가 최근 사회적 요구인 점 등을 고려해달라"고 밝혔다.

이어 "유치원은 재단법인 부동산으로 등기돼 있고 유치원관리법 일체는 불광법회에 소속된다"며 "지홍은 회주 지위(창건자)로 이중 급여를 수령하고 매일 출근한 것처럼 출근 보고를 작성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홍 스님은 최후 진술에서 "15년 동안 불광사에서 헌신적으로 불사를 해 왔고 사찰을 발전시키고 지역사회를 위해 복지사업을 해왔다"며 "이런 부분을 참작하지 않고 계속 (죄를) 몰아간다면 누가 공직을 맡아서 불사와 사찰을 발전시키고 지역사회를 위해 복지사업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지홍 스님의 횡령 논란은 지난해 7월 불광사 신도들로 구성된 '불광사정상화추진위원회(추진위)'가 검찰에 지홍 스님을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지홍 스님은 본인을 '통장 없는 스님'이라 지칭하며 불광사를 통장 없이 스님들이 일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말해온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