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 사는 개미들, 또 '버핏 반대로 하기' 괜찮을까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최근 항공주를 손절매한 데 이어 은행주의 비중도 줄였다. 그러나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이 같은 버핏의 움직임과 반대되는 투자 전략을 고수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연일 국내외 항공주를 순매수하고 있는 개미들은 은행주도 대거 사들이고 있다.

"실적 악화 우려돼" VS "과도한 저평가 상태"…은행주 향후 전망은?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7일부터 이날까지 1개월간 개인들의 KB금융 (80,100원 ▼900 -1.11%) 순매수액은 2102억8200만원에 달한다. 최근 들어 순매수세가 더 강해졌다. 개인들은 지난 4일부터 전 거래일인 15일까지 9거래일 연속으로 KB금융 주식을 순매수했는데 이 기간 순매수액은 2152억원을 넘는다.


이 밖에 개인들의 최근 1개월간 하나금융지주 (63,100원 ▼500 -0.79%) 순매수액은 667억300만원, 우리금융지주 (14,580원 ▼60 -0.41%) 순매수액은 472억7600만원, 신한지주 (47,700원 ▼450 -0.93%) 순매수액은 441억8300만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주가 흐름은 신통치 못하다. KB금융은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증시가 폭락했던 지난 3월 19일 저점인 2만6050원에서 지난 15일 3만1450원까지 20.7%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지주는 36.7%, 우리금융지주는 21.2%, 신한지주는 30.7% 올랐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32.2%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저조한 수익률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실적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은행주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워런 버핏이 골드만삭스 보유 지분의 84%를 매각하고 대형 지방은행 US뱅코프 지분을 판 것도 향후 은행업종의 부진이 길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실물경제 악화로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에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달 말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두 은행은 자영업자 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그러나 현재 은행주들이 과도하게 저평가 상태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현재 KB금융 등 4개 은행지주의 PER(주가수익비율)은 2.9∼4.1배 사이로 나타났다. PER는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수치로 미국과 유럽의 주요 은행들 평균 PER은 10배가 넘는다. 이에 국내 은행주들이 향후 제자리를 찾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은행주가 성장 모멘텀(성장동력)이 있는 업종은 아니지만 각종 우려들이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인식들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글로벌 경제활동 재개 및 미·중 무역협상 가능성 등이 매크로(거시) 지표들을 우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 코스피와의 낙폭 차이를 더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코로나19 종식 및 여행 재개 불확실성 매우 커"…증권사들 목표주가 하향지난달 개인들의 대한항공 (21,700원 ▼150 -0.69%) 순매수액은 802억원에 달한다. 이달 들어서도 200억원 넘게 사들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지면서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한 지난 2월 이후 개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대형주인 만큼 "언젠가는 오를 것"이라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다른 항공주들도 마찬가지다. 매각 논의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아시아나항공도 지난달 개인이 26억여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제주항공은 56억여원을, 진에어는 7억여원을 순매수했다.

개미들은 해외 항공주도 대거 매입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이달 해외주식투자 순매수 상위 종목 7위와 8위에 델타항공(2821만달러·약 348억원)과 보잉(2205만달러·약 272억원)이 올라 있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로 급락한 항공주가 향후 얼마나 회복할 수 있는지다. 버핏은 지난 2일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3∼4년 뒤에도 지난해만큼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를 탈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달 초 델타항공과 사우스웨스트항공 등 항공사 지분을 대거 매각했다.

코로나 19 여파로 여객 운항이 급감한 가운데 2일 인천국제공항에 제주항공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국내 증권업계 전문가들도 대체로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전세계적인 여객기 운항 중단 사태가 적어도 2분기까지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해도 바로 여객 수요가 늘어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주요 증권사들은 최근 1개월여간 대한항공의 목표주가를 20% 내외 낮췄다. NH투자증권은 대한항공의 목표주가를 3만1000원에서 2만원으로 35% 넘게 하향 조정했다. 대신증권은 2만4000원에서 2만원으로 16.7%를 한화투자증권은 3만4000원에서 2만3000원으로 32.4%를 하향했다. 이 밖에 SK증권(-22.6%), KTB투자증권(25%)과 유진투자증권(25%) 등이 목표주가를 낮춰 잡았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자력으로 코로나19 사태를 극복 가능한 항공사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코로나19 종식 및 여행 재개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이에 더해 정부의 항공산업 지원 방안이 자구책을 강조하고 있어 주주가치가 희석될 수 있는 이벤트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