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적자 1억" "폐업 고민중"…최저임금 인상에 中企 '한숨'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매달 1억원씩 적자가 납니다. 직원도 줄일대로 줄여 최소인원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내년 경제가 살아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올린 건 폐업하란 얘기와도 같습니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폭이 역대 최저치인 1.5% 수준이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임금 지불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황에서 인상 자체를 감내하기 힘들다는 고통스러운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머니투데이가 중소기업중앙회 업종별 협동조합 이사장(대표 중소기업 경영인) 10인에게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결정에 따른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본 결과, 10명 중 6명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력을 감축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2명은 폐업을 고민 중이고 2명은 더이상 줄일 인력조차 없다고 토로했다.

40년 동안 자동차정비업을 하는 황인환 서울자동차정비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임금이 올라가면 고용불안이 가중되기 때문에 직원들도 최저임금이 오르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버텨왔지만 고용유지지원금 특례기간이 9월말까지 마무리 되면 버티기 힘들다"며 "내년에 최저임금까지 인상되면 인력 감소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한상웅 대구경북패션칼라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코로나19로 대구에 있는 패션 업체들의 공장이 50%는 가동을 못하고 있다"며 "한달에 고정비용으로만 1억원씩의 적자가 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정비가 늘고 코로나19로 대출을 받아 금융비용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내년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인력 감소는 불보듯 뻔한 현상"이라고 했다.

김문식 한국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현재 전국 주유소들이 셀프 주유소로 전환하고 있어 인력 감축이 지속되고 있다"며 "여기에 최근 3년간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에 내년 최저임금 인상까지 더해지면 인력 감축이 다른 업종에 비해 더 많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출산율 저하와 값싼 중국산에 밀려 벼랑 끝에 몰린 완구업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소재규 한국완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국내 완구 제조업은 고사 상태"라며 "최소한의 인력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최저임금이 또 오르면 이 마저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시 폐업을 고려해야 한다는 우려도 있다.

PC방 사업을 하는 최윤식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 이사장은 "조합원이 300명 가량됐는데 최근 1년 사이 100명 정도가 폐업했다"면서 "이미 최저임금이 급격히 올라 줄도산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근로자를 고용 못한다는 건 이전 상황이다. 더이상 지출을 줄일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또 오르면 폐업을 할 수밖에 없다"며 최저임금 인상은 폐업 속도를 가속화시키는 촉매가 될 것"이라고 했다.

권순배 한국자동차컬러범퍼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적자가 이어지다보니 사업을 접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며 "내년 최저임금 인상을 반영해야 한다면 적자폭은 더 커질 것이다. 내년까지 기다리지 않고 지금 사업을 접어야 해야 하는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