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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대선에서 쉽게 패하지 않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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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이상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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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20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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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뉴욕 맨해튼에서 조지워싱턴 브릿지를 건너 북쪽으로 15분 정도 차로 달리면 뉴저지주 알파인에 닿는다. 탑모델 지젤 번천과 가수 스티비 원더, 배우 웨슬리 스나입스, 코미디언 에디 머피 등 수많은 유명인들이 살고 있는 동네다.

미국 동부 최고의 부촌 중 하나지만 한밤 중 방문하면 칠흙 같은 어둠을 마주하게 된다. 길에 다니는 차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가로등도 많지 않다. 같은 시간 길가에 불이 환하게 밝혀진 인근 서민 주거지역과 대조된다.

비단 이곳 뿐만이 아니다. 묘하게도 미국에선 부자동네일수록 밤길이 어둡다. 가로등이 많아야 안전하고 살기 좋다고 생각하는 한국과 반대다. 심지어 부촌 주민들은 당국이 자기 집 앞에 가로등을 설치하려고 하면 오히려 뜯어 말린다. 가로등이 생기면 밤에 차 없는 저소득 '뚜벅이족'들이 지나다닐 수 있어서다.

# 뉴저지주 북부 버겐 카운티에는 오래된 철로가 하나 있다. 맨해튼 다운타운의 허드슨강 건너편인 저지시티와 북쪽 노스베일을 연결하는 이 철로는 1966년 사용이 중단된 뒤 현재까지 방치돼 있다. 과거 역사로 쓰이던 건물은 카페 등 상점으로, 철로는 주민들을 위한 산책로로 탈바꿈했다.

한때 이 철로를 활용해 통근용 열차 운행을 재개하는 방안이 추진되기도 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열차가 다니고 낯선 이들이 드나들면 동네가 시끄럽고 위험해지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이들이 열차 운행을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편리한 대중교통망이 생기면 차 없는 저소득층들이 동네로 들어와 살기 때문이다.

미국 교외에 사는 대다수 백인 중산층들은 대체로 피부색이 다른 저소득층들이 자신의 이웃에 살고, 자신의 아이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걸 원치 않는다. 동네에 유색인종이 많이 살면 집값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유색인종으로서 씁쓸한 현실이다.

#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불리한 판세를 뒤집기 위해 미국 백인들의 이런 정서를 파고 든다.

지난달말 트럼프 대통령은 주거에 대한 인종 차별을 금지하는 AFFH(적극적 공정주거증진) 규정을 폐지했다. 그러면서 트위터로 "더 이상 교외에 사는 사람들은 주변에 저소득층 주택이 생겨 피해를 입거나 경제적 손해를 볼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여러분의 집값은 오르고 범죄율은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교외 백인 동네에 흑인 등 소수인종이 들어와 사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시대착오적 인종분리정책이다. 하지만 나머지 인종을 적으로 돌려도 백인 표만 잡으면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이다. 중남미계 등의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어도 여전히 미국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절대 다수는 백인이다. 게다가 백인들은 투표율도 높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전략은 '백인 대 비(非)백인'이란 한 마디로 요약된다. 요즘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만 잡으면 "조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면 전국 지방정부의 경찰 예산을 깎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난 5월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전국으로 번진 인종차별 항의시위와 폭동, 약탈을 빌미로 치안에 대한 백인들의 불안감을 자극하려는 전략이다.

급기야 부통령 후보의 인종을 노골적으로 문제 삼기도 한다. 흑인 아버지와 인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부통령)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해리스 의원이 미국에서 태어날 당시 부모의 이민 자격에 문제가 있었다는 보수논객의 주장을 옮긴 것이다. 과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해외출생' 의혹을 제기한 것과 다를 바 없다.

#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율을 회복하며 바이든과의 격차를 줄이고 있다. 지금 당장 투표를 한다면 바이든이 이기겠지만, 대선까진 아직 두달 넘게 남았다. '바이든 당선'을 장담하긴 이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미국 백인들도 "그가 대통령인 게 부끄럽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백인들 입장에선 트럼프 대통령 만큼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켜줄 지도자도 없다. 게다가 급여세 감면 등 달콤한 감세 공약까지 내건 터다.

11월3일 대선에서 미국 백인들은 과연 '정치적 올바름'을 위해 '기득권'이란 잇속을 포기할까. 인간이 그렇게 이타적인 존재였던가.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우린 우리가 원하는 걸 할 순 있지만, 우리가 무엇을 원할 지 스스로 결정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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