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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옵티머스펀드 사건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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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26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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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IB(투자은행)업계의 ‘대부’입니다. 이 분야에서만 30년 넘게 일했고 성과도 탁월합니다. 그가 최근 옵티머스펀드 사기 사건에 휘말려 곤욕을 치릅니다.
 
정영채 사장은 오랜 기간 IB업무를 하면서 알게 된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옵티머스펀드 고문)으로부터 지난해 4월 NH투자증권을 통해 금융상품을 팔고 싶다며 사람을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관련 부서장에게 김진훈 고문의 연락처를 전달했습니다.
 
NH투자증권 실무진은 옵티머스 측 관계자를 만났고 상품판매 승인 위원회를 연 후 펀드를 팔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300억원 정도만 팔려 했는데 관급공사 매출채권에 투자해 리스크가 없는 데다 단기상품이고 금리도 3%나 돼 인기가 많았습니다. 지난 6월 옵티머스펀드 환매가 중단된 시점에는 4000억원을 넘었습니다.
 
정 사장이 본인이 연결해준 옵티머스펀드에 문제가 생겼음을 안 것은 지난 6월이었습니다. 김진훈 고문의 부탁으로 실무자를 연결해준 이후 아무것도 보고받은 게 없습니다. 1년에 1조7000억원의 이익을 내는 회사에서 0.1%에 불과한 17억원의 수익을 가져다주는 옵티머스펀드까지 챙길 이유는 없었습니다. 게다가 NH투자증권은 지난해에만 500종 넘는 펀드를 팔았습니다.
 
정 사장은 펀드에 문제가 생긴 것을 보고받고는 곧바로 사태수습에 나서 지난 6월16일 옵티머스 측으로부터 서류가 위조됐으며 갚을 돈이 없다는 실토를 받아냈습니다. 그는 범인들이 해외로 도피할 수 있다고 판단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습니다.
 
옵티머스펀드 사건의 미환매금액 5151억원 가운데 80% 넘게 물린 NH투자증권과 정영채 사장에 대해 여러 의혹이 제기됩니다.
 
첫 번째는 외압논란입니다. 정 사장에게 옵티머스펀드 판매를 부탁한 김진훈 고문은 평소 알고 지낸 사이긴 하지만 그가 정 사장을 압박할 정도의 권력자는 아닙니다.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펀드를 판매하기 시작할 때 이미 시장에서 8000억원 이상 팔린 인기 상품이었다는 사실도 애초 외압과 무관함을 보여줍니다.
 
두 번째 의문은 그야말로 자본시장의 ‘선수’인 정 사장이나 NH투자증권이 왜 사전에 사기를 인지하지 못했느냐는 것입니다. 옵티머스펀드가 공기업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공기업들은 현금결제를 하는 경우가 많아 조단위 공기업 매출채권은 존재할 수 없었는데 왜 이런 상식조차 몰랐느냐는 것입니다.
 
반론이 가능합니다. 옵티머스펀드의 3년간 누적 판매금액은 총 1조7000억원이고 만기는 3~6개월입니다. 따라서 평잔으로 3000억원 정도의 공기업 매출채권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 됩니다. 게다가 옵티머스는 인감과 천공 등을 가짜로 만들어 매출채권 관련 서류까지 위조했습니다.
 
세 번째 의문은 오뚜기 넥센 LS메탈 안랩 JYP엔터테인먼트 등 60여개 상장기업들까지 사기펀드에 왜 가입했느냐는 것입니다. 역시 외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것입니다. 은행에 맡기면 1%도 못 받는 저금리 시대에 단기상품이면서 공기업 매출채권에 투자해 안전하고 3%의 이자가 보장되는 상품이 요즘 어디 있나요. 사기만 아니라면 옵티머스펀드는 안전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최고의 투자상품입니다.
 
검찰 수사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옵티머스펀드 사건의 핵심은 사기입니다. 옵티머스에 비해서는 그래도 양질인 라임펀드 사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정치권이나 금융당국 주변에서 자잘한 비리들은 나오겠지만 ‘최순실 사태’와 같은 ‘권력형 게이트’와는 거리가 멀어보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특별검사도 아니고 여야의 응원 속에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목숨을 건 정치싸움, 진영싸움도 아닙니다. 사기꾼들은 엄벌하고 드러난 사모펀드제도의 허점을 보완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단적으로 자산운용사-판매사-수탁은행이 크로스체크만 할 수 있게 했어도 이번 사태는 막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규제를 다시 강화해 시장을 죽여서도 안 됩니다. 이미 국내 사모펀드 시장은 고사 직전입니다. 펀드시장이 죽으면 모두가 동학개미, 서학개미가 돼 직접투자에 나서야 합니다. 얼마나 위험한 일입니까. 20~30년 전처럼 저축의 시대로 돌아갈 수도 없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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