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코인 대금은 줄었는데… 스팩·게임스톱에는 돈 몰린다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열기가 예전 같지 않다. 증시 거래대금, 개인 거래 비중 등 여러 증시 지표는 개인투자자의 증시 이탈을 보여준다.

한때 뜨거웠던 가상자산(암호화폐) 열풍도 비트코인 급락, 정부의 규제 등으로 한풀 꺼진 모양새다. 다만 일부 투자자들은 과열 급등한 스팩(SPAC)·공매도 대상으로 지목받은 게임스톱 등 투기성이 짙은 종목으로 몰리고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5월 코스피·코스닥 합산 일평균 거래대금은 26조788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분기 일평균 거래대금(33조5487억원) 대비 20% 감소한 것이다.

월별로 살펴봐도 코스피·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은 △1월 42조964억원 △2월 32조3692억원 △3월 26조1793억원 △4월 28조1901억원 △5월 25조3861억원으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5월 거래대금은 지난해 10월(27조5590억원) 이후 가장 낮다.

연초 대규모 개인자금 유입으로 거래대금이 40조원을 웃돌던 증시는 지난 3월 이후 20조원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시가총액 회전율과 개인 거래 비중 등 증시 지표도 올해 초와 다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코스닥은 시가총액 회전율은 1000%를 상회했으나, 증시 조정 국면이 이어지면서 600~700% 수준으로 낮아졌다"며 "개인 거래비중 역시 5월 중 72%로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증시 대기자금으로 꼽히는 투자자예탁금은 이달 초 SKIET(SK아이이테크놀로지) 증거금 반환 직후 70조원대를 '반짝' 돌파한 이후 60조원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들어 월별 일평균 투자자예탁금은 △1월 68조9528억원 △2월 65조2580억원 △3월 63조6220억원 △4월 65조6140억원 △5월 67조4088억원이다. 다만 역대 최대 청약금을 모았던 SKIET 환불일 직후(5월 3~4일)을 제외하면 5월 평균 예탁금은 66조4083억원으로 줄어든다. SKIET 환불일인 지난달 3일 투자자예탁금은 77조9018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비트코인 급락에 한풀 꺾인 암호화폐…코인 거래대금 고점 대비 5분의 1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2021.05.31. [email protected]

증시뿐만이 아니다. 연초 금융투자업계를 달궜던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도 최근 조정을 겪으며 거래대금이 급감하는 추세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의 거래대금은 7조8667억원이다.

지난 4월 일평균 거래대금이 22조원, 장중 최고 거래량이 40조원을 돌파했던 점을 고려하면 현 거래대금은 고점 대비 5분의 1 수준이다. 가상자산의 대표격인 비트코인의 폭락 등으로 상당수 자금이 손실구간에 '물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팩·게임스톱으로 돈 몰려가는 개미들…일부 스팩 6일 연속 상한가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반면 최근 관심이 뜸했던 의외의 종목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이들 종목의 특징은 기업가치보다는 단기 매매를 통한 차익을 노리는 투기성이 짙은 종목들이라는 점이다.

대표 사례는 스팩(SPAC)이다. 스팩은 비상장기업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서류상 회사다. 보통 스팩은 상장 이후에도 별다른 주가 변동을 보이지 않다가 기업 인수합병 이슈가 불거지면 주가가 급등한다. 인수합병을 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기업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3년 안에 비상장사와 합병을 완료하지 못할 경우 스팩은 자동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스팩들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달 21일 상장한 삼성스팩4호 6거래일간 내리 상한가를 기록했고,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돼 전날 하루 매매가 중단됐다. 이날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8.42% 1만950원에 마감했다. 공모가(2000원) 대비 5배 이상 높다.

하이제6호스팩 (2,145원 ▲165 +8.33%), 신영스팩6호 (4,950원 ▲685 +16.06%) 등은 지난주 상한가 행진을 벌이던 일부 스팩은 전날부터 10~20% 넘게 급락하기도 했다. SK증권에 따르면 현재 상장된 59개 스팩의 5월 평균 수익률은 35.5%로, 1~4월 평균 누적 수익률(6.9%)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나승두 SK증권은 "비이성적이라고 느껴질 만큼의 폭발적인 상승"이라고 표현했다.


서학개미들은 '제2차 공매도 전쟁' 관련 종목들로 몰려갔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해외 결제금액(매수+매도) 순위에서 AMC가 4위(9518만달러), 게임스톱이 10위(6261만달러)를 차지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애플(6위·8074만달러), 아마존(9위·6462만달러)과 비슷한 수준의 거래 규모다.

두 종목은 매수 금액보다 매도 금액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 투자자들은 두 종목을 장기 보유하기보다 단기 수익에 집중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말만 해도 12달러대에 불과하던 AMC 주가는 보름 만에 160% 이상 급등했다. 게임스톱 역시 하루 만에 12% 이상 상승하며 전고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이같은 급등세는 레딧을 중심으로 한 미국 개인 투자자들의 집중 매수 영향으로 보인다.

대형 헤지펀드가 AMC 등 일부 종목에 지나친 공매도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에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서다. 앞서 1월 말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비중이 높았던 두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많은 관심을 끌었다.

문제는 단기 차익을 노린 이같은 투자가 자칫하면 개인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나 연구원은 "합병 등 특별한 이슈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스팩 가격이 높아지는 것은 과열"이라며 "막연한 기대감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