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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준비없이 이룬 '수사경찰'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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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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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2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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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두통약 먹어가며 일합니다. 너도나도 나가겠다고 하니 사기도 떨어지고요."

경기 지역 일선 경찰서 수사부서에서 근무하는 9년차 A경사의 얼굴에서는 '수사경찰'의 자부심을 읽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올 들어 업무량이 크게 늘어나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한계상황에 몰렸다. 검·경 수사권조정으로 '6대 중요범죄'를 제외한 대부분 사건을 경찰이 수사하게 되면서다.

A 경사는 "경찰이 수사하는 사건 자체가 많아진 데다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는 더 깐깐해져 사건처리가 지체된다"고 말했다. 또 "불송치 결정서 등 새로운 서류작성과 결재라인이 생기면서 서류 작업 절차도 복잡해졌다"고 했다.

경찰은 올해 상반기 총 32만3056건을 검찰에 송치했는데 검찰은 이 가운데 9.7%(3만1482건)를 보완수사하라고 다시 내려보냈다. 보완수사 요구 비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4.1%보다 2배 넘게 높아졌다.

경찰이 그렇게 원하던 수사종결권을 손에 쥐고 7개월이 지났지만 시스템과 관련한 내부 잡음과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업무량이 몰리다보니 현장에서는 수사부서를 기피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수사부서 인력 이탈이 잇따르고, 오히려 수사의 질이 떨어져 간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수사 경력자는 줄어들고 신규직원을 수사부서로 강제발령내는 경우는 늘고 있다. 이에 경찰청은 수사 경력 단절을 막고 우수 수사인력을 육성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수사경찰을 경비 업무를 주로 하는 기동대에 전보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지휘부와 현장간 온도차는 여전하다. 한 경찰관은 "수사경찰이 갈 수 있는 자리가 한정된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경찰청은 수사관을 보충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와 인력 증원을 논의하겠다고 하지만 당장 사건을 맡길 수사 인력을 뚝딱 찍어낼 수는 없는 일이다. 제대로 된 준비없이 단행된 수사권조정이 만들어낸 현장의 혼란은 지금도 계속된다.

진통 끝에 이뤄진 수사권 개혁인 만큼 경찰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크다. 지금부터라도 수사인력을 체계적으로 확보하고 전문성을 강화하려는 세밀한 노력이 필요하다.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면, 막강한 권한으로 몸집을 키운 '공룡경찰'이 한순간 멸종의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기자수첩]준비없이 이룬 '수사경찰'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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