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넘으면 임원승진 탈락"…삼성금융 계열사 직원들 '부글부글'

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삼성그룹 임원 인사에 적용되는 암묵적 원칙인 이른바 '50세 룰(Rule)'에 대해 삼성 금융 계열사의 내부 불만이 고조된다. 50세룰은 50세(만49세)를 넘기면 임원 승진 인사 대상에서 배제되는 것을 말한다. 삼성전자의 인사 방침이 금융그룹 계열사까지 확대된 것이지만 승진연한 차이나 금융업권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비합리적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14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카드 등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가 지난 13일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총 18명이 상무가 됐는데 대부분 1972년 이후 출생자들이다.


'50세 룰'은 수년 전 60세 이상은 CEO에서 물러나라는 '60세 룰'에 따라 파생돼 불문률이 됐다. 부사장 57세, 전무 55세, 상무 50세 등으로 진입 시기를 제한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조직 인사 시스템과 산업 특성이 전혀 다른 금융 계열사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통상 삼성 금융 계열사의 승진연한은 다른 그룹 계열사에 비해 적게는 2년에서 많게는 4년 정도 늦다.

과거 직급상 임원 직전인 부서장에 해당되는 부장이 되려면 입사 후 19~20년(사원 4년, 대리 5년, 과장 5~6년, 차장 5~6년)이 걸렸다. 군대를 다녀와 20대 후반에 삼성 금융 계열사에 취직했다면 40대 후반에 부장이 된다. 40대 중반부터 4~5년간 임원에 도전할 수 있는 전자에 비하면 기회가 적다.


재수를 했거나 대학원을 졸업한 뒤 입사했다면 아예 임원심사 대상에 올라 보지도 못한다. 군대를 면제받았거나 여성이거나 외부에서 영입되면서 점프를 한 이들에게 유리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는 임원이 되지 못한 일부에 해당하는 게 아니라 승진연한이 긴 관계로 삼성 금융 계열사 차장 과장들도 영향권에 든다.

'능력'보다 '나이'가 기준이 되면서 조직 내 사기 저하로 이어진다. 나이 커트라인에 걸려 임원이 되지 못한 부서장으로부터 성과를 끌어내기 쉽지 않다. 발탁된 이들과의 위화감도 생길 수 밖에 없다. 입사가 늦은 이들의 패배감도 커진다. 조직이 비효율적으로 굴러갈 공산이 크다.

이는 다른 보험·카드사와 비교된다. 대부분의 보험·카드사의 경우 임원 승진 연령은 일반적으로 50대 초중반이다. 게다가 기술발전이 빠르고 제품교체 주기가 짧은 전자 관련 제조업과 금융업의 성격은 다르다. 인지산업이라고 일컬어지듯 경험에 바탕한 노하우와 대인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카드업계 한 CEO는 "우리 회사의 경우 1968~1969년생에 능력 있는 부서장들이 몰려 있는데 나이 기준으로 쳐 내면 인재풀이 급격히 좁아지게 된다"며 "이들에게 나이를 기준으로 희망을 주지 않으면 조직 운영이 어렵다"고 말했다.

세대교체를 통해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자칫 부서장들의 의욕상실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오히려 비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처럼 정교한 인사시스템을 가진 조직이라면 인위적으로 특정한 나이를 기준 삼기보다 실적과 능력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업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조직의 불만을 야기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