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겨울 별로 안 춥네…매출 280조 삼성전자, 내년 300조 간다

반도체 시장을 짓눌렀던 '메모리 겨울론'이 당초 우려를 밑돈다는 현장 목소리가 고개를 들면서 삼성전자의 실적 기대감이 커졌다. 올 4분기 실적이 분기 기준 사상 최대 D램 출하량을 기록했던 3분기에 크게 뒤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내년 연간 매출은 처음으로 3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의 올 4분기 실적은 국내 증권사들의 전망치를 토대로 매출 75조2699억원, 영업이익 15조702억원으로 추정된다. 실제 실적이 전망치대로 나오면 매출은 역대 최대였던 올 3분기 73조9792억원을 넘어서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0% 늘어난다.


연간 실적으로는 매출이 278조676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영업이익은 52조8345억원으로 2017~2018년 슈퍼 호황기 이후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메모리반도체 D램 시장에서 4분기 가격 하락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았던 데다 시장 수요도 비교적 견조하게 유지되면서 실적 전망치를 당초 예상보다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4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 전망치를 지난 3분기 10조원600억원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 9조원 후반대로 예상한다.

모간스탠리가 지난 8월 '메모리, 겨울이 오고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로 올 하반기 D램 업황 둔화 전망에 불을 당겼지만 기업들이 IT 분야 투자를 늘리고 데이터센터 수요도 확대되면서 D램 가격 하락폭이 예상만큼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런 분위기는 미국의 간판 반도체업체 마이크론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발표한 2022회계연도 1분기(올해 9~11월)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마이크론은 이 기간 매출 76억9000만달러(약 9조1400억원), 영업이익 26억3100만달러(약 3조1300억원)으로 시장의 매출 전망치 76억7000만달러를 웃도는 깜짝 실적을 공개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3.8% 늘어난 수치다.

마이크론의 성적표를 뜯어보면 데이터센터 수익이 70%, 모바일과 자동차 부문 수익이 25%씩 늘었다.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업체들이 데이터센터 서버를 늘리고 5G(5세대) 스마트폰과 전기차 보급이 빨라지면서 고성능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반도체 겨울론'을 상당부분 상쇄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다시 호황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내년 D램과 낸드플래시 평균가격이 올해보다 각각 7%, 21% 하락하는 반면 출하량은 26%, 38% 늘면서 실적 성장세를 떠받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마이크론도 실적 설명회에서 "내년 메모리반도체 출하량이 크게 늘면서 역대급 실적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인 DDR5 전환 효과도 인텔의 최신 CPU(중앙처리장치) 출시와 맞물려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공정 고도화에 속도를 내면서 내년부터 비메모리 파운드리 부문 실적도 본격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대신증권은 삼성전자가 최근 5나노미터(㎚,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수율을 개선하면서 내년 파운드리 부문에서 올해보다 170%가량 늘어난 2조4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신증권은 또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내년 연간 매출이 112조원으로 창사 이래 첫 매출 100조원대를 달성하면서 전체 매출도 처음으로 300조원대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