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백악관, 테슬라 비판…"中 인권유린 외면하면 심각한 위험 직면"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지난해 12월 31일(현지시간)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 중국 신장 우루무치 대리점 설립 소식을 알리며 올린 사진. /사진=테슬라 웨이보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중국 신장 대리점 설립을 두고 미국 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인권 및 무역단체, 공화당 의원에 이어 백악관에서 테슬라를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테슬라는 지난해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를 통해 신장 위구르족 자치구의 성도인 우루무치에 테슬라 센터를 공식 개설하겠다고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 기업의 구체적 상황에 대해 말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는 민간 부문이 신장에서 벌어지는 중국의 인권 유린과 제노사이드(집단학살)에 반대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과 민간 부문을 포함해 국제사회는 신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외면할 수 없다"며 "공급망에서의 강제노동과 인권 유린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 기업들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등 전 세계에서 법적으로나 평판 등에서 심각한 위험에 마주한다"고 지적했다.

사키 대변인은 테슬라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테슬라의 신장 대리점 설립 관련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사실상 테슬라를 겨냥한 셈이다. 그는 테슬라가 미·중 갈등의 뇌관으로 여겨지는 신장에 새 대리점을 내는 것을 미국 정부의 방침과 어긋나는 행동으로 판단, 이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테슬라의 이번 대리점 개설 발표가 지난해 12월 2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신장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이유로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법안에 서명한 지 2주도 안 된 시점에서 이뤄져 사키 대변인의 비판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신장 위구르족 인권 탄압 등 중국의 인권 문제를 앞세워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고, 신장 관련 수입 금지 법안 등을 통해 위구르족 인권 탄압에 관여한 개인과 기업들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미국 최대 무슬림단체인 미·이슬람관계위원회(CAIR)와 무역단체인 미 제조업연합회도 테슬라의 신장 대리점 설립을 비판했다. 미·이슬람관계위원회는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테슬라는 (중국의) 대량 학살을 지지하고 있다"며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의 신장 대리점을 폐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국가를 저버린 기업들이 중국 공산당이 신장 지역에서 제노사이드 노예노동을 일삼는 것을 돕고 있다"고 쓴소리를 냈다.

한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행정부의 반중 기조에도 일관되게 친중 행보를 보여 주목받았다.

지난해 7월에는 "중국이 이룬 경제적 번영은 정말 놀랍다"며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축하했고, 9월에는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세계 인터넷 콘퍼런스'(WIC)에 참석해 중국 당국의 데이터 규제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 주최로 열린 CEO 협의회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인프라(사회기반시설) 지출안을 맹비판하며 중국에 유화적인 발언을 내놨고, 테슬라와 중국이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