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 투자체질 바뀌나? 사모펀드, 크레딧펀드에 꽂힌 이유는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국내 주요 PEF(사모투자) 운용사들이 체질 개선에 나섰다. 최근 잇달아 크레딧 펀드 부분을 새로 만들었다. 향후 투자영역을 넓히는 동시에 본사에 임원 등 '자리'를 만들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25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IMM PE와 VIG파트너스, 글랜우드 PE,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국내 주요 PEF들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크레딧 펀드 부분을 신설했다. 크레딧 펀드는 기존 PEF들의 주 운용방식이던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후 매각)이 아닌 CB(전환사채),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 메자닌 또는 PDF(사모대출펀드)를 주로 하는 펀드다.


지난해 10월 자본시장법과 하위개정이 일부 개정되기 전까지 경영참여형 PEF는 설정된 펀드 자산의 50% 이상은 반드시 지분투자로 소진해야 했다. 전문투자형 PEF(헤지펀드)만 펀드 자금을 기업 회사채 등 대출방식으로 투자하는 PDF 방식을 쓸 수 있었다.

하지만 법 개정 이후 PEF 분류가 전문투자형과 경영참여형에서 일반사모펀드와 기관전용사모펀드로 나뉘게 됐다. 기존 경영참여형 PEF 운용사도 PDF나 PCF(사모신용펀드) 등 대출형 펀드를 조성하고 운용할 수 있게 됐다. PCF는 구조화된 채권이나 기업부실자산 등 투자범위가 더 넓다.

국내 주요 PEF들은 크레딧 펀드 부분을 새로 만들고 자회사로 분사하는 방식으로 투자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IMM PE는 자회사 IMM크레딧솔루션(ICS)을 출범했다. ICS는 5000억원 규모 크레딧 펀드를 조성, 윤활유 업체 SK루브리컨츠, 양극재 제조기업 엘앤에프에 투자하며 '실적'을 이미 쌓았다.


VIG파트너스는 지난해 5월 크레딧 부문 VIG얼터너티브크레딧(VAC)을 출범했다. VAC는 지난달 3600억원 규모 1호 펀드를 조성했다. VAC는 이천 지역에 건설 중인 물류센터 개발사업에 대한 사업이익을 유동화하는 대출로 250억원을 투자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글랜우드 PE는 글랜우드크레딧을 세웠다. 글랜우드크레딧은 GS건설의 LG그룹 계열사 S&I코퍼레이션 건설부문 인수에 FI(재무적투자자)로 참여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일부 중견 PEF들도 크레딧 부문 신설을 적극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PEF들이 크레딧 펀드 시장에 뛰어드는 배경에는 금리인상 현실화가 있다. '돈값'이 비싸지면서 안정적인 수익추구를 원하는 LP들이 많아졌다. 바이아웃 방식으로는 금리 인상에 따라 늘어난 인수금융 비용 등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자회사 형태로 크레딧 부분을 분사하는 것은 향후 투자영역 확장에 미리 대비하는 것도 크레딧 펀드를 늘리는 이유다. 아울러 본사 몸집이 커지는 반면 임원 등 '자리'는 제한돼 있기 때문에 후진에게 자리를 터주기 위한 측면도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그로쓰캐피탈이나 메자닌 투자가 기존 체계로도 불가능한건 아니지만 PEF들이 크레딧 펀드 이름을 단 자회사를 만들어 향후 투자영역 확장에 대비하고 있다"며 "'돈'이 되는 새로운 기회라고 여기기 때문에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