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그룹, 중대재해법 1호 되나...최대주주는 처벌 피할듯

(서울=뉴스1) = 1일 경기 양주시 은현면 도하리 삼표산업 골재 채취장 토사 붕괴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금속탐지기를 활용해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2022.2.1/뉴스1

경기도 양주 채석장 붕괴사고로 노동자 3명이 사망하면서 삼표산업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첫 적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신 대표까지 수사확대 움직임...최대주주 책임 묻긴 어려울 듯4일 레미콘업계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시행 후 처음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삼표산업이 법 적용을 받는 첫 사례가 될 지 주목된다. 고용노동부는 삼표산업에서 발생한 양주 채석장 붕괴사고에 대해 토사 붕괴 방지를 위한 인력과 예산 등 안전관리체계 구축과 이행이 이뤄졌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중대과실이 드러나면 책임자 처벌이 불가피하다.

현재는 발파팀장 1명만 입건됐지만 이종신 골재부문 대표이사까지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대주주인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까지 처벌하긴 어렵다는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중대재해법은 개별 기업의 경영책임자까지 책임을 묻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동계에선 매년 성과에 책임을 져야하는 '월급사장'에게 잘 드러나지 않는 안전관련 비용을 지출하는 것 뿐 아니라 책임까지 묻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삼표그룹은 지난달 30일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진이 참여하는 비대위를 구성하고 사고원인 분석과 피해복구에 나서고 있다. 삼표그룹 관계자는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사고원인 분석과 재발방지, 피해복구 지원에 총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30일 서울 성동구 삼표산업 성수공장 모습.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사흘째인 지난 29일 양주시 삼표산업 양주석산에서 석재 채취작업 중 토사가 무너져 작업자 3명이 매몰, 2명이 숨졌고 1명은 아직 실종 상태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고를 '중대재해처벌법 1호' 적용 사고로 판단,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혀 향후 최고경영자 처벌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022.1.30/뉴스1

삼표산업, 안전투자 2년간 371억원 삼표산업의 양주 채석장 붕괴사고는 현대산업개발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 여파로 분석된다. 아파트 붕괴사고의 원인으로 콘크리트 불량 의혹이 불거지면서 다른 사업장에선 비교적 품질이 보장된 대형사로 레미콘 수요가 몰렸다. 이에 삼표산업이 주문량을 맞추느라 설 연휴에도 작업을 강행하다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삼표산업은 그동안 안전 투자에 소홀하지도 않았다는 설명이다. 삼표산업을 포함한 삼표그룹은 중대재해법이 시행되기 1년 전인 지난해 2월 환경안전본부를 신설하는 등 안전조직을 강화해왔다. 삼표그룹 총괄 환경안전본부장(임원급)과 환경안전팀 5명, 각 법인별 전담 안전보건팀을 운영했다. 그룹 내 안전관리인력은 40명으로 적지 않은 규모다.


안전예산 역시 지난 2년간 371억원을 투자했다. 삼표시멘트의 경우 에너지차단(VCS), 원격감시(CCTV), 안전통행로 등 시설물 개선에 194억원을, 삼표산업이 87억원, 기타 계열사가 90억원을 투자했다. 올해에도 200억원의 투자가 예정돼 있다. 삼표그룹은 사고 이번 수습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경영진의 안전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30일 서울 성동구 삼표산업 성수공장 모습.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사흘째인 지난 29일 양주시 삼표산업 양주석산에서 석재 채취작업 중 토사가 무너져 작업자 3명이 매몰, 2명이 숨졌고 1명은 아직 실종 상태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고를 '중대재해처벌법 1호' 적용 사고로 판단,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혀 향후 최고경영자 처벌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022.1.30/뉴스1

페이퍼워크만 늘렸나...구조적 문제 해결해야안전 투자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이어지는 배경에 대해 업계는 관련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방치한 채 중대재해법으로 책임자만 처벌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해석이다. 안전한 공사는 충분한 공사기간(이하 공기)과 안전비용에 대한 단가 인정이 필수적이지만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안전만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책임자 처벌을 피하기 위한 '페이퍼워크'(문서작성작업)만 늘리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한 중소 건설기업 관계자는 "원청기업이 하청기업에 안전관리비를 쓰지도 못하게 하면서 공기만 맞추라고 압박한다"며 "주 52시간 근무와 도심 휴일 공사 금지 등을 어겨가며 '몰래 공사'를 하는 현장이 아직도 많은 이유"라고 꼬집었다.

다른 중견 건설기업 대표는 "예산을 절감했다고 상은 받아도 돈 써가며 안전에 대한 공로로 상을 받은 공무원은 없다"며 "관급공사 조차 안전비용에 인색한 상황에서 처벌만 강조하면 기업들은 책임 회피를 위한 서류작업만 늘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