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개위 통과한 인앱결제법…구글·애플 '꼼수'에 재개정 목소리 고조

서울 강남구 구글 스타트업캠퍼스. /사진=뉴스1

방송통신위원회의 '인앱결제(In app·앱 내)강제방지법' 시행령(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에서 원안 통과됐다. 방통위는 오는 3월 15일 개정안을 공포 예정이다. 그러나 해당 법을 촉구했던 모바일 콘텐츠 업계에선 개정안이 구글·애플의 꼼수를 막지 못한다며 재개정까지 요구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규개위는 지난 11일 열린 본회의에서 방통위의 인앱결제강제방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원안 처리했다.


개정안은 구글·애플 등 앱마켓이 모바일 콘텐츠 사업자에게 특정 결제방식(인앱결제)을 강제할 수 없도록 금지유형을 구체화한 게 골자다.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앱마켓이 다른 결제방식을 이용하는 모바일 콘텐츠의 등록·갱신을 거부·지연하거나, 기술적으로 다른 결제방식을 쓸수 없도록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다만, 방통위는 업계 의견을 수렴해 입법예고안 일부를 수정한 상태다.

업계 관심은 시행령에 '앱마켓에 인앱결제 외 결제시스템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는지다. 한국에서 최초로 인앱결제강제방지법이 통과하자 구글·애플은 제3자 결제서비스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두고 모바일 콘텐츠 업계는 '꼼수'라고 지적한다. 구글·애플이 허용하는 3자 결제란 인앱결제 시스템 내에서 개발자가 별도 결제시스템을 추가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가령 3자 결제를 도입한 웹툰·웹소설 플랫폼 '미스터블루'에서 정액권 등을 결제하면 미스터블루가 제공하는 결제시스템(휴대폰·신용카드·상품권 결제 등)과 구글 인앱결제가 동시에 뜬다. 별도 결제창이 뜨는 다른 콘텐츠 앱과는 다른 방식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외형은 3자 결제지만 사실상 인앱결제"라고 지적한다.

/사진=미스터블루 앱 결제창 캡처

4월부턴 구글 26%+α…"인앱결제가 더 싸다, 앱마켓 꼼수"더욱이 구글은 3자 결제 수수료를 기존 인앱결제(10~30%) 대비 4%p만 할인하기로 했다. 인앱결제 수수료 26%에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 및 카드 수수료 등을 더하면 30%가 넘는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애플 역시 정확한 수수료율을 공개하진 않았으나, 네덜란드에서 3자 결제에 27%의 수수료를 적용키로 한 점을 고려하면 국내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수수료를 요구할 전망이다.


현재 네이버·카카오 등 대부분의 모바일 콘텐츠 사업자는 PG사업자의 결제시스템을 이용한 모바일 웹 결제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이 경우 인앱결제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그러나 오는 3월 31일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 유예기간이 끝나면 4월부터는 이런 모바일 웹결제 방식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인앱결제를 쓰거나, 인앱결제 시스템에서 3자 결제를 추가해야 한다.

결국 30%의 수수료를 피할 수 없게 되면서 모바일 콘텐츠업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한 관계자는 "구글·애플의 꼼수로 법 개정 취지와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라며 "모바일 콘텐츠 사업자들이 현행대로 자유롭게 결제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방통위 시행령과 고시에 '인앱결제 외 결제시스템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통위 "수수료 규제 어려워"…업계 "시행령 재개정 요구"방통위도 이같은 우려를 구글·애플에 전달했으나, 이를 개정안에 포함하지는 않았다. 방통위는 사업자의 수수료율까지 규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김재철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지난해 11월 개정안을 발표하며 "현재 법 자체가 수수료 자체를 규제하는 게 아니라 경쟁을 통해서 수수료를 낮추라는 것"이라며 "수수료 낮추라는 것은 현재 법으로 포섭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내달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재개정 요구가 거셀 전망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당초 업계 요구는 인앱결제를 강제하지 말라는 것이었으나, 방통위 시행령은 인앱결제 내에 3자 결제만 열어주면 문제가 없는 것처럼 해놨다"며 "이는 법 취지에 어긋난 것으로, 시행령 발표 후에 또다시 재개정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에선 모바일 콘텐츠 사업자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플랫폼 사업자인 네이버·카카오가 정작 앱마켓을공짜로 쓰려고 한다는 것이다. 앱마켓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콘텐츠 사업자들의 요구는 사실상 앱마켓이란 플랫폼을 무료로 쓰겠다는 것"이라며 "앱마켓도 서비스 품질 제고를 위한 투자 등이 필요한 만큼 수수료를 받는 것을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