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한 달 만에 베트남 아내가 가출했어요"…그래도 혼인무효 안된다

/사진=뉴스1

국제결혼 한 달 만에 배우자가 집을 나간 부부에 대해 대법원이 혼인 무효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을 냈다. 가출을 이혼이 아닌 혼인무효 사유로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고 본 최근 판례를 따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40대 한국 국적 남편 A씨가 20대 베트남 국적 아내 B씨를 상대로 제기한 혼인무효확인 및 이혼청구소송에서 혼인무효 사유가 있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11월12일 우리나라에 입국해 함께 생활하던 B씨가 한 달 뒤 집을 나가자 창원지법 밀양지원에 소송을 냈다. A씨 측은 B씨가 처음부터 혼인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혼인무효 또는 이혼을 인정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민법 815조는 당사자의 합의가 없었던 경우 혼인을 무효로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1심은 혼인무효를 인정했고 2심도 이를 유지했지만, 대법원은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입국한 다음 단기간 내에 집을 나갔다는 사정 만으로 혼인 합의를 부정할 수 없다"며 원심을 파기한 취지를 밝혔다. 또 B씨에 대해 "진정한 혼인의사를 가지고 결혼해 입국했더라도 상호 애정과 신뢰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언어장벽이나 문화적인 부적응, 결혼을 결심할 당시 기대했던 한국생활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 등으로 단기간에 혼인관계의 지속을 포기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B씨에 따르면 A씨는 결혼에 앞서 '경제적·심적으로 어려움을 주지 않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재판에서 드러난 부부의 현실은 달랐다.

B씨는 입국한 직후부터 A씨 뿐만 아니라 A씨 부모와 형까지 함께 사는 집에서 시집살이를 하며 집안일을 도맡아야 했다. 생활비는 부족했고, A씨가 B씨에게 간섭을 일삼아 두 사람은 서로 갈등을 빚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10일 △처음부터 혼인신고를 꾸며내려고 한 것인지 △혹은 혼인관계의 지속을 포기하게 된 것인지 구체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취지로 결혼 이후 단기간에 가출한 외국인 배우자에 대해 혼인무효를 인정하지 않은 바 있다.

이어 올해 1월27일에는 "베트남 배우자와 혼인할 때는 한국 뿐만 아니라 베트남에서도 혼인신고를 마치고 결혼동거 목적 사증(비자)을 발급받아 입국하는 경우가 많다"며 "당사자 사이에 혼인 합의가 없었는지 여부를 세심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판결을 내기도 했다.

한편 대법원 관계자는 A씨 부부 사건에 대해 "파기환송심에서 (혼인무효와 함께 청구됐던) 이혼의 정당성과 책임소재를 놓고 다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협의이혼이 아닌 소송을 통한 이혼은 과실이 있는 배우자의 상대방 측에서 소송을 제기했을 때에만 인정될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