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골재대란, 건설현장 덮칠까…삼표發 나비효과 어디까지

레미콘 운반차량(콘크리트 믹서트럭) 자료사진./사진=뉴스1

레미콘(생콘크리트) 업계가 주요 원자재인 골재·시멘트 수급대란으로 비상이다. 특히 수도권 최대 골재공급 공장이 중대재해사고 수사로 두 달 넘게 멈추면서 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수급 불균형으로 골재가격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시멘트 공급까지 차질을 빚고 있어 봄철 성수기 건설현장이 멈출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레미콘 업계에 따르면 주요 골재(자갈) 가격은 이달 1㎥(루베)당 1만50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13% 넘게 뛰었다. 올해 초 골재가격이 1㎥당 1만3000~1만40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0~30%가량 올랐다. 골재는 레미콘 재료 중 70~8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큰 원자재다. 레미콘은 골재에 시멘트를 섞어 만든다.


골재 가격이 치솟은 이유는 삼표산업 경기 양주 채석장 가동중단에 따라 수급 불균형이 생겨서다. 올해 1월 근로자 3명이 사망하는 중대사고로 가동을 멈춘 삼표 양주 채석장은 수도권 북부 골재공급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주요 공급처다. 업계에 따르면 양주 채석장은 연간 390만㎥를 생산하며, 하루 1만8000㎡를 공급한다. 중대재해 수사로 54만㎥가량의 생산 차질이 빚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건설경기가 봄철 성수기를 맞아 회복되고 있는 가운데 골재가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일선 현장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단기간에 골재 생산량이 늘어나기 어렵고, 양주 채석장 사고까지 겹치면서 기존 생산량마저 줄었다"며 "골재 대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레미콘 업계는 안정적인 골재 수급을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삼표산업 양주 채석장을 일부라도 가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매출 100억원 규모 레미콘 골재 유통업체 관계자는 "주문량을 맞추지 못해서 30%는 대지 못하고 있다"며 "삼표 양주 채석장은 다른 업체에서 할 수 있는 부분도 제한적이라 대체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레미콘 업계는 중대재해처벌법 보완입법을 통해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야 산업현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업계 관계자는 "골재대란만 하더라도 레미콘과 건설 등 다른 산업 역시 연쇄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며 "지난해 현대제철의 작업중지 장기화로 철근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건설현장 셧다운으로 이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시멘트 수급마저 겹치면서 레미콘 업계의 불안감은 더욱 크다. 러시아 전쟁 영향으로 주요 원재료인 유연탄(고효율 석탄)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시멘트 생산이 원활하지 않아서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재고량은 65만톤(t)으로 이중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은 35만톤에 불과하다. 시멘트 업계는 레미콘 업체에 20%가량 가격인상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원유가격 상승에 따른 운반비 인상 압박도 레미콘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레미콘 운반차량(콘크리트 믹서트럭)과 골재 운수업자들이 운임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골재와 시멘트 등 원재료 수급 자체가 어려운 가운데 비용부담까지 커지고 있다"며 "건설현장이 멈추지 않도록 최대한 공급량을 늘리고 있지만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