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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 옆에 늘 있는 "가난한 찰리"가 말하는 투자철학 [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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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3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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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멍거의 투자철학①

[편집자주] 대가들의 투자를 통해 올바른 투자방법을 탐색해 봅니다. 먼저 찰리 멍거의 '가난한 찰리의 연감'(Poor Charlie's Almanack)을 통해 멍거의 투자철학을 살펴봅니다.

2019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 참석한 버핏과 멍거 /AFP=뉴스1
2019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 참석한 버핏과 멍거 /AFP=뉴스1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은 전 세계 투자자들의 우상이다. 모두가 버핏의 생각을 알고 싶어 한다. 그런데 워런 버핏이 항상 의견을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 바로 찰리 멍거(98)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이다.

찰리 멍거는 버핏의 친구이자, 변호사, 조언가이며 동시에 '데블스 에드버킷'(Devil's Advocate·악마의 변호인) 역할을 맡고 있다. 버핏은 멍거를 '끔찍한 노맨(예스맨의 반대)'이라고 장난스레 호칭한 바 있다.

1964년 워런 버핏이 직물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하고 몇 년 뒤 찰리 멍거가 회사에 합류했으며 버크셔의 시가총액은 약 7만3000배 상승했다. 1000만 달러에 불과하던 시가총액이 무려 73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성장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버핏뿐 아니라 그의 동반자 멍거가 어떤 인물인지도 알아야 한다.



벤자민 프랭클린과 햄스터 키우기에 빠진 멍거


찰리 멍거는 여동생 메리, 캐롤과 함께 던디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어렸을 때부터 선생님과 친구들의 전통적인 지혜에 도전하기를 즐겼다. 그 배경이 된 건 전기를 비롯한 왕성한 독서를 통해 끊임없이 늘어난 멍거의 지식이다.

특히 벤자민 프랭클린의 격언은 멍거가 박학다식한 괴짜 정치인이자 발명가 벤자민 프랭클린에게 빠지게 만들었다. 멍거의 부모인 알프레드 멍거와 플로렌스 멍거는 아이들의 독서를 권장했으며 크리스마스 선물로 책을 몇 권씩 선물했다고 한다.

멍거의 친한 친구 집 부근에는 의사 데이비스 부부가 살았다. 멍거는 아버지의 절친이자 가족 주치의인 데이비스 부부의 집에서 의학저널을 자주 읽었으며, 멍거의 평생에 걸친 과학에 대한 관심도 이때 형성됐다.

나중에 버핏을 알게 된 것도 바로 데이비스 부부를 통해서였을 만큼 이 부부는 멍거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멍거는 평범한 소년의 모습도 보였는데, 대표적인 게 햄스터 키우기다. 멍거는 취미 삼아 햄스터를 길렀으며 종종 친구들과 햄스터를 거래했다. 이때도 멍거는 뛰어난 협상기술을 드러내며 가지고 있던 햄스터를 더 큰 햄스터와 바꾸거나 희귀한 털색깔을 가진 햄스터와 교환했다고 한다. 하지만 햄스터가 35마리까지 늘어나자 멍거의 햄스터 키우기는 막을 내렸다. 그동안 멍거의 지하실 햄스터 농장에서 풍겨오는 악취를 참아오던 멍거의 어머니가 햄스터 키우기를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멍거는 공립학교인 센트럴 하이스쿨에 진학했으며 논리적이고 왕성한 호기심으로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1941년 센트럴 하이스쿨을 졸업한 17살의 멍거는 미시간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오마하를 떠난다. 당시 수치적인 논리에 매혹된 멍거는 수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했으며 물리학에도 큰 관심을 가졌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 진행 중인 1943년, 멍거는 미 육군 항공단에 입대했으며 항공단 소속으로 캘리포니아공과대학(CalTech)에서 9개월 동안 기상학을 공부했다. 멍거는 학사학위가 없었지만 소위로 임관됐으며 기상장교로 복무하다가 1946년 제대했다.

제대 후 멍거는 학비와 주거비용을 지원하는 제대군인원호법(GI Bill)을 이용해 하버드대 로스쿨에 입학신청서류를 접수했다. 학사학위가 없어서 떨어질 위기에 처했지만, 멍거는 가족의 친구인 로스코 파운드 전 하버드 로스쿨 학장의 도움으로 무사히 로스쿨에 입학한다. 간신히 로스쿨에 입학했지만 성적은 출중했다. 1948년 24살의 멍거는 전체 인원 335명 중 12명만 받은 영예인 '마그나 쿰 라우데'(Magna cum laude·우등)로 졸업했다.



마침내 만나게 된 멍거와 버핏


멍거와 버핏이 서로를 알게 된 과정도 재밌다. 2021년 6월, 버핏과 멍거가 함께 한 미국 경제방송 CNBC와 인터뷰에서 버핏은 둘이 알게 된 과정을 이렇게 소개했다.

2021년 6월 멍거와 버핏의 CNBC 인터뷰 장면/사진=CNBC 유튜브 영상 캡처
2021년 6월 멍거와 버핏의 CNBC 인터뷰 장면/사진=CNBC 유튜브 영상 캡처
▶버핏: 오마하에 매우 유명한 의사 부부가 있었는데, 에디 데이비스와 도로시 데이비스였습니다. 나를 부른 사람은 부인이었습니다. 모두 그녀가 주도했는데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자금을 운용한다고 들었는데, 어떤 방식으로 운용하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도 알고 싶고요."

그래서 나는 부부에게 가서 말했습니다. 자신감이 넘쳤던 나는 당시 주식에 관한 이야기를 빗발치듯 빠르게 퍼부었습니다. 매우 현명한 도로시 부인은 내 이야기에 빠짐없이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궁지에 몰린 듯 주저하는 모습이었으며 그다지 관심이 없었습니다.

내가 이야기를 모두 마치자 부인은 남편을 바라보면서 말했습니다. "버핏에게 10만 달러를 맡기려고요." 당시 내가 운용하던 자금은 약 50만 달러였으므로, 10만 달러는 거금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정중하게 말했습니다. "남편께서는 내 이야기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10만 달러나 맡기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물론 실제 표현 방식은 이보다 훨씬 더 신중했습니다.

남편이 나를 보면서 말했습니다. "당신을 보니 찰리 멍거가 떠올라서요."

나는 말했죠. "찰리 멍거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에 드는군요." ◀

1959년 아버지가 사망하자 오마하를 방문한 멍거를 데이비스 부부가 저녁식사에 초대했고 그날 버핏도 함께했다. 멍거와 버핏은 만나자마자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를 만난 듯 의기투합했으며 시가총액이 7만3000배 상승한 버크셔 해서웨이의 역사도 이날 시작됐다.

멍거는 1978년 버크셔의 부회장이 됐다. 이후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버핏과 멍거는 파트너로서 버크셔 해서웨이를 함께 키워나갔다. 버핏이 멍거라는 훌륭한 조력자를 만나지 못했다면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금처럼 시총 7300억 달러가 넘는 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버핏이 공식석상에서 멍거를 자주 비즈니스 파트너로 추켜세우는 이유다.



'가난한 찰리'의 연감


버핏에 관한 책은 많지만, 버핏이 직접 쓴 책은 없다. 그런데 멍거는 'Poor Charlie's Almanack'(가난한 찰리의 연감: 멍거가 존경하는 벤저민 프랭클린이 펴낸 'Poor Richard's Almanack'을 모방한 제목)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아쉽게도 한국어 번역판은 출판되지 않았다.

'Poor Charlie's Almanack'/사진=인터넷
'Poor Charlie's Almanack'/사진=인터넷
멍거의 오랜 친구인 피터 카우프만이 아이디어를 내고 직접 편집까지 한 책이다. 2005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실수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버핏의 답변에서 이 책이 언급된 적이 있다.

▶버핏: 첫 단계는 함정을 알아보는 것입니다. 찰리가 저서 'Poor Charlie's Almanack'에서 다양한 함정을 소개하고 있으므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이러한 함정에 좀처럼 빠지지 않는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보다 덜 빠진다는 말이지 아예 안 빠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멍거: 큰 부자가 되기 위해 완벽한 지혜를 갖출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장기적으로 평균보다 조금만 더 나으면 됩니다.

버핏: 곰에게 쫓겨 달아나던 두 사내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한 사내가 다른 사내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곰보다 더 빨리 달릴 필요는 없어. 자네보다 빠르기만 하면 돼!"

멍거: 피터 카우프만이 편집한 책입니다. 그가 출간 아이디어를 제시하자 워런이 열광했습니다. 책 제목이 우스꽝스럽지요. 이 간단한 책에 나오는 내용을 모두 이해하면 게임에서 훨씬 앞서갈 수 있습니다.

버핏: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책입니다. 인생에 대해 많이 배우고 돈도 벌 겁니다.◀

'가난한 찰리의 연감'은 3조원이 넘는 재산을 가진 억만장자가 쓴 책 치고는 제목부터 역설적이다. 멍거는 살 만큼 살았고 돈도 많고 아쉬울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다. '가난한 찰리의 연감'도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하다. 그러면서도 군데군데 보석 같은 투자와 삶의 지혜가 흩어져 있다.

버크셔 주주총회에서 멍거는 버핏에게 답변할 기회를 넘기면서 항상 "나는 추가할 내용이 없다"(I have nothing to add)고 말하지만, 사실 멍거는 할 말이 많다. '가난한 찰리의 연감'은 멍거가 투자자들, 더 나아가서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100년 가까이 살아온 현자의 지혜가 넘친다.

십여 년 후 성인이 되는 자식에게 책 한 권을 추천해야 한다면, 주저없이 이 책을 권할 것이다. 20년 전 멍거가 한 강연이 여전히 유용한 것처럼 십몇 년 후에도 멍거의 투자 지혜는 빛이 바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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