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힘든데 병원 한번 더"…호중구감소증 약 '당일투여' 경쟁 붙었다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 투약 편의성을 높이려는 제약사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한미약품 (324,500원 ▲2,500 +0.78%)에 이어 GC녹십자 (118,300원 ▲3,700 +3.23%)도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 '당일 투여' 임상을 시작했다. 현재 암 환자들은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 투약을 위해 항암 치료 다음 날에도 병원을 방문하는 불편을 겪는다. 의료계에서는 당일 투여가 가능해지면 "항암 치료에서 매우 큰 강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항암 요법 치료 후 '뉴라펙' 당일 투여에 대한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뉴라펙은 GC녹십자가 개발한 2세대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다.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는 백혈구 촉진제(G-CSF)로도 불리는데 항암 치료 중 감소한 백혈구 수치를 정상화하는 데 사용된다.

암 환자는 항암제 투여 이후 호중구(백혈구) 수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진다. 항암제가 암세포뿐만 아니라 백혈구도 함께 억제하기 때문이다. 항암제 투약 이후 10~14일 정도에는 호중구 바닥 상태(Nadir)가 된다. 이때 환자는 열이 생기거나 감염에 취약해지는데 상태가 심각해지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또한 호중구 수치가 회복되지 않으면 다음 항암 치료가 지연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는 호중구 수치를 증가시켜 이러한 부작용을 예방한다. 보통 항암 치료 이후 24시간이 지난 뒤 투약한다. 환자들은 항암제 투약 이후 다음 날에도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입원 환자라면 입원 일수가 하루 더 늘어난다.


이에 환자 투약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당일 투여' 적응증 확대가 시도됐다. 하지만 아직 전 세계에서 당일 투여가 가능한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는 없다.

이번 뉴라펙 연구자 주도 임상은 향후 적응증 확대를 염두에 둔 사전 단계로 보인다. 식약처 품목허가를 위해서는 별도의 상업화 임상을 진행해야 한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연구자 주도 임상의 목적은 의료 현장에서 당일 투여가 필요하다는 통계적 유의성을 쌓기 위한 것"이라며 "허가와 관련된 임상은 아니라 당장 적응증 확대 요청을 하려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미약품은 롤론티스의 당일 투여 적응증 확대를 위한 상업화 임상 1상을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임상시험등록 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즈(clinicaltrials.gov)에 따르면 해당 임상은 초기 유방암 환자 45명에게 항암 화학 치료 이후 각각 30분·3시간·5시간 간격으로 롤론티스를 투약한 뒤 약효를 비교한다.

최인영 한미약품 바이오신약 상무는 지난 2월 제23회 대한민국 신약개발상 시상식에서 "롤론티스 허가에서 끝내지 않고 경쟁 제품과 차별화할 수 있는 점이 무엇인지 찾고 있다"며 "롤론티스는 골수에서 경쟁 약물보다 더 느리게 흡수되고 오래 작용한다. 이를 통해 항암 요법 당일에도 롤론티스를 투여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롤론티스는 오는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국내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800억원대다. 보령 (11,200원 ▲80 +0.72%)과 한국쿄와기린이 공동 판매 중인 뉴라스타와 GC녹십자의 뉴라펙이 시장을 양분 중이다.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뉴라스타 처방액은 약 250억원, 뉴라펙은 약 228억원으로 집계됐다.

의료계 관계자는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는 항암 치료 다음 날 처방하도록 가이드라인이 돼 있다. 약으로 촉진된 백혈구가 항암제에 의해 다시 억제될 가능성 때문"이라며 "당일 투약으로 편의성이 개선된 치료제가 나온다면 항암 치료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매우 큰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