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폭락했는데..어라? 삼성전자보다 손해 덜난 애플株

달러·원 환율이 13년 2개월여 만에 장중 1320원을 넘어선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삼성전자 (77,400원 ▼800 -1.02%), 현대차 (244,000원 ▼3,000 -1.21%), 애플, 테슬라…

동학개미와 서학개미 투자성적표에 원/달러 환율이 변수가 되고 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주가가 빠진 것은 마찬가지지만 최근 달러화 가치가 치솟으면서 서학개미들의 투자손실이 예상외로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투자한 주식이 똑같이 빠졌어도 미국주식에 투자한 이들은 원/달러 환율이 오른 탓에 10% 가량 손실을 덜 본 것으로 분석됐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18일 기준)는 6만1900원으로 지난해 연말(7만8399원) 대비 20.9% 하락했고 같은 기간 애플은 147.07달러로 16.9% 내렸다.

그러나 실제 애플에 투자한 서학개미들의 손실율은 이 보다 크지 않았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미국이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나서며 달러화가치가 상승했다. 이달 18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17.40으로 연말(1188.80) 대비 10.8% 상승했다. 연말에 달러로 애플주식을 산 후 이달 18일 팔아 원화로 바꿨다면 손실율이 7.96%로 줄어든다. 물론 환전수수료 등을 제외하고 단순계산한 수치다.


달러화 가치가 오르기 전인 2021년 초반 미국주식에 투자했던 이들은 환율 효과를 더욱 봤을 것으로 추산된다. 당시에는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 초반이었다. 애플 외에도 원/달러 환율 때문에 서학개미들이 적잖은 손실율 보전효과를 봤던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코카콜라, 셰브론처럼 올해도 주가가 상승한 종목들은 승수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투자수익률이 배가됐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서학개미들의 투자수익률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실제 IT(정보통신) 분야에서는 삼성전자보다 애플에 투자한 것이 낫지만, 현대차와 테슬라의 올 들어 주가변동폭에서는 현대차가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 애플과 같은 조건으로 주가변동을 계산해보면 현대차는 마이너스(-) 11.2%인 반면, 테슬라는 △달러화 기준 -31.7% △원화기준 -24.3%였다. 환율변수가 있기는 했지만 중요한 건 종목 선정이었다는 얘기다.

원/달러 환율에 대한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인플레이션 잡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미국이 앞으로도 큰 폭의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고, 저소득국가들의 달러화 수요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 원/달러 환율도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단기 변동성 진정과 원화강세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예측모형 분석결과 장기적으로는 원/달러 환율이 올해 연말기준 1200원대 초반수준까지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글로별 주요국의 경기방향성과 공급망 회복 및 유가하락을 원화강세 요인으로 언급했다. 환율이 안정되면 오히려 서학개미들에게 불리한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