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시오노기, 코로나 치료제 국내허가 '긴급사용승인' 선택지 떠올라

일동제약 (15,200원 ▼110 -0.72%)과 시오노기제약이 함께 개발중인 경구용(먹는) 코로나19 치료제의 국내 허가 관련, 허가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긴급사용승인'도 선택지 중 하나로 떠올랐다. 양사가 국내 긴급사용승인 심사를 가정한 사전 계약을 맺어서다. 관건은 긴급사용승인 심사가 실제로 개시될 수 있는 시점이다. 업계에서는 치료제 임상의 핵심 지표가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 9~11월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온다.

9~11월 중 긴급사용승인 심사가 실제로 진행되기위한 조건도 있다. 허가당국의 판단이다. 긴급사용승인은 "긴급한 허가가 필요하다"는 당국 판단에 따라 제약사 신청 없이 당국 스스로 심사 개시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코로나19 재유행 도래 가능성이 있는 9~11월 유행 상황이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은 최근 시오노기제약의 중국 합작사 핑안시오노기와 코로나19 치료제 S-217622의 긴급사용승인 및 정부조달에 관한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서 S-217622에 대한 독점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보유한 핑안시오노기는 S-217622에 관한 라이센스를 일동제약에 주고, 일동제약은 일본을 중심으로 진행한 아시아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국에서의 긴급사용승인 절차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추후 한국에서 긴급사용승인 절차가 진행되면 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놓은 것"이라며 "양사가 정식 품목허가보다 빠르게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절차인 긴급사용승인도 허가 전략중 하나로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긴급사용승인 절차는 의약품 개발이 마무리 된 뒤 진행되는 정식 품목허가보다 빠르게 심사를 받고 의료현장에 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이 절차를 밟는다면 제약사 스스로 신청 시점을 결정할 수 없다. 한국의 긴급사용승인 절차는 일반 의약품 허가심사와 달리 제약사가 스스로 신청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허가당국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긴급한 사용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심사가 시작되는 구조다. 방역당국인 질병관리청의 요청이 있어도 식약처 판단하에 심사를 할 수 있다. 핵심이 당국 판단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긴급사용승인 심사가 개시된다면, 이달부터 11월 사이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S-217622는 일본에서도 긴급사용승인 절차가 진행중인 상태인데, S-217622의 임상 3상 탑라인(Top Line) 자료가 확인된 뒤 긴급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탑라인 자료는 최종 임상 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먼저 공개하는 일부 핵심 지표인데 통상 임상 3상 후 2~4개월 뒤 도출된다. 지난달 임상이 종료된 S-217622의 탑라인 도출 시점이 이르면 이달부터 11월 사이가 될수 있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라이센스를 준 제약사의 본사가 있는 일본이 탑라인을 바탕으로 긴급사용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 이상, 현실적으로 한국도 탑라인을 확인하고 긴급사용승인 심사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코로나19 재유행 여부가 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코로나 유행 추세는 지난달 18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현재 4명 안팎을 오가는 안정화 단계인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무렵부터 재유행이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이 방역당국 전망이다. 탑라인이 도출될 가을에 재유행 규모가 커질 경우 허가당국이 S-217622의 긴급한 허가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

한 의료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등 코로나 치료제 재고가 충분하고 코로나 유행도 엄중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다만, 병용금기약물이 20개 이상인 팍스로비드와 비교해 S-217622는 팍스로비드 정도로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추후 유행 규모에 따라 빠르게 도입할 이유가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