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 직후 임시정부·무명 독립군 기린 이원석…현충원장도 깜짝

머니투데이

정경훈 기자

이원석 검찰총장(53·사법연수원 27기)이 지난 주 취임 직후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이례적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 묘소를 찾아 참배한 사실이 알려졌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총장은 지난 16일 오후 서울국립현충원을 방문했다. 신임 검찰총장이 취임 전후로 현충탑을 참배하는 관례에 따른 것이다. 이 총장은 참배 후 현충원 방명록에 '선열의 높은 뜻 깊이 새겨 국민을 섬기는 검찰이 되도록 모든 책무를 다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 총장은 정해진 절차를 마친 뒤 현충원 내 '임시정부 요인 묘소'와 '대한독립군 무명용사 위령탑'을 찾아 참배하고 헌화했다. 임정 요인 묘소에는 박은식 제2대 대통령, 지청천 군무총장 등 임정 요인 18위와 배우자, 애국지사 3위가 안장돼 있다. 무명용사 위령탑은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일본제국에 저항한 지사들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총장의 두 묘역 참배는 이례적이다.

이 총장은 참배 길에 김수삼 현충원 원장과 동행했는데, 이동하는 과정에서 홍진 4대 임정 국무령(대통령)에 관해 특히 많은 대화를 나눴다. 홍 국무령은 검사 출신 1호 대통령이다. 고종 때 세운 법관양성소를 졸업하고, 충주 지역에서 검사로 전보돼 근무했다. 검사 생활을 마친 뒤에는 형사소송 전문 변호사로 일하며 독립운동가들을 변호했다.

임정 수립 후 홍 국무령은 임시의정원 의원, 법제위원장으로도 활약한 홍 국무령은 상하이·한성·블라디보스토크에서 수립된 임정을 통합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이승만이 1925년 탄핵된 뒤 박은식·이상룡에 이어 국무령으로 취임했다. "가장 큰 죄악은 분열이고 가장 큰 공능은 결합"이라는 말로 유명한 홍 국무령은 '통합'을 중시했다. 국무령 취임 후 정파에 치우침 없는 '민족대당' 결성을 주도했다.

이 총장을 잘 아는 인사들은 두 묘역에 대한 참배가 한국 역사에 대한 이 총장의 관심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김수삼 현충원장 등 동행자들도 법률전문가인 이 총장이 임정·독립운동에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 놀랄 정도였다고 한다. 평소에도 역사서를 즐겨 읽는 이 총장은 지난해 제주지검장을 지내며 '제주4·3 사건'을 다룬 역사서를 탐독했다. 최근 검찰이 '직권재심' 청구 범위를 일반재판 수형인까지 확대한 것도 이 총장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현충원 참배와 취임식을 마친 이 총장은 이번 주부터 유관 기관을 방문하며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다. 이날 이 원장은 김명수 대법원장을 찾아 취임 인사를 했다. 전날에는 첫 방문 기관으로 경찰청을 찾았다. 이 총장은 윤희근 경찰청장(54)을 만나서도 스토킹 등 민생범죄 처벌을 위한 검·경 협력을 강조했다. 이 총장은 "외부에서 보기엔 경찰과 검찰이 불편한 관계나 갈등이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수많은 사건을 서로 협의해 처리하고 서로 독려하는 동료로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