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예약 줄고, 중고매물 넘치는데"…골프존커머스 상장철회 백기

경기 침체로 국내 골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공개(IPO)에 나섰던 골프존커머스이 결국 백기를 들었다. 골프 용품 유통업체 골프존커머스는 기관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하면서 상장 2주를 앞두고 철회를 결정했다. 코로나19(COVID-19) 반사이익을 누렸던 골프산업의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고평가 논란과 증시하락까지 악재가 겹쳤다.

골프존커머스는 지난 13일 상장철회 이유로 '주식시장 침체'를 손꼽았다. 지난 11~12일 진행한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이 공모가 하단에도 못미친 것으로 알려진다. 골프존커머스는 철회신고서 제출사유에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 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골프존커머스는 802억~998억원을 조달해 온라인 플랫폼과 오프라인 매장 확대, M&A(인수합병)에 쓸 예정이었다.


이재웅 골프존커머스 경영기획실장(최고재무책임자)은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예상보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 하필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시기에 주식시장 상황이 더 나빠졌다. 철회를 결정한 다른 회사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다시 상황이 좋아질 때를 보기로 하고 철회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른 자금조달과 재상장 추진 계획에 대해선 "향후 시장상황을 봐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골프산업 성장 가능성을 근거로 고평가 논란이 상장철회에 미친 영향은 없다고 일축했다. 골프존커머스는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비교기업 주가수익비율(PER)도 미국 뉴욕거래소에 상장된 골프유통 회사를 근거로 평균 23배를 적용했다. 공모가 기준 평균 시가총액은 5320억원에 달한다. 할인율을 적용해 제시한 희망공모가는 1만200~1만2700원, 시가총액은 2699억~3360억원이다.

최고점(피크)을 찍고 골프산업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우려에 대해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했다. 장성원 골프존커머스 대표는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높은 성장성을 갖고 이익률이 잘 나오는 국내 유통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골프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진 만큼 수요자들도 항상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골프 업계에서는 이번 골프존커머스 상장 철회가 시장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코로나19(COVID-19) 영향으로 골프수요가 급증하면서 이용료가 과도하게 급등해 수요가 뒷받침 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대내·외 경기 침체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골프 수요가 늘어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골프 시장 회복과 맞물려 골프존커머스 재상장 추진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골프장 예약이 줄면서 대기수요가 빠지고 있다는 게 눈에 띄는 조짐이다. 골프장 예약업체 관계자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19 이전만큼 순조롭진 않지만 예약대기가 줄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체감상 2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다른 골프업계 관계자도 "경기가 어려워 지면서 골프와 용품 수요가 전반적으로 빠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골프존커머스가 주력으로 하고 있는 용품시장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따르면 올해 1~9월 골프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9%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골프 수요가 줄면 자연스럽게 용품이나 관련 사업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며 "경기가 회복되고 골프 수요가 늘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