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전에 원투펀치 쏟아부은 키움-SSG, 왜 뒤가 없는 총력전을 했을까

SSG 김광현(왼쪽)과 키움 안우진./사진=뉴시스

한국시리즈 1차전부터 7차전을 방불케 하는 총력전이 나왔다. 키움 히어로즈와 SSG 랜더스 모두 마치 뒤가 없는 듯 원투펀치를 소모한 결과, 당장 3차전 선발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키움은 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1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SSG를 7-6으로 제압했다.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명승부였다. 양 팀 통틀어 홈런 3개 포함 장·단 20안타가 터졌고 5번의 역전이 나왔다. 올 시즌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두고 경쟁하던 토종 에이스 김광현(34·SSG)과 안우진(23·키움)의 맞대결로 기대를 모았으나, 그들이 잊힐 정도였다.

치열한 접전은 양 팀 모두에게 상처를 남겼다. SSG는 김광현을 내세워 승리를 챙기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3선발 숀 모리만도(30)가 1⅔이닝 동안 39개의 공을 던지면서 3차전 선발 등판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키움은 안우진의 향후 등판이 불투명해졌다. 정규시즌 후반부터 안우진을 괴롭히던 물집이 또 한 번 터졌다. 경기 후 홍원기 키움 감독은 "그동안 피까진 안 나왔는데 이번엔 속살이 드러나 출혈이 발생했다. 이전보단 심각하다. 내일 경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한 2선발 에릭 요키시(33) 역시 1⅓이닝 동안 26개의 공을 던지면서 3차전 등판이 어려워졌다.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 74.4%를 잡았음에도 홍 감독이 "확률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매 경기 승부처라 생각되면 모든 걸 쏟아붓고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뿐"이라면서 일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역대 39번의 한국시리즈(1985년 삼성 라이온즈의 통합 우승으로 인한 미개최 제외)에서 1차전 승리 팀이 우승을 차지한 경우는 29번에 달한다.

키움 에릭 요키시(왼쪽)와 SSG 숀 모리만도./사진=뉴시스

양 팀 모두 1차전 승리에 필사적이었던 것은 단순히 확률 때문은 아니다. 먼저 키움은 에이스 안우진이 나온 경기를 절대 놓칠 수 없었다. 투수진이 빈약한 상황에서 안우진이 나온 경기는 키움에 1승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물집 부상으로 쓰러져 향후 등판을 장담할 수 없다면 더욱 그렇다.

또한 자칫 1차전을 내줬다가는 2패를 안고 홈으로 향할 가능성이 있었다. 많은 삼진을 잡아낼 수 있는 안우진과 달리 두 명의 키움 외국인 투수는 맞춰 잡는 유형이다. 요키시는 정규시즌, 타일러 애플러(29)는 이번 가을야구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지만, 타자 친화 구장인 SSG랜더스필드에서는 호투를 쉽게 장담할 수 없다. 경험이 적은 젊은 팀 구성도 무시 못 할 요소다. 현재 키움의 강점은 달아오른 팀 분위기다. 이미 체력을 많이 소진한 상황에서 기세마저 꺾였다면 2019년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탄탄한 선수층을 가진 SSG도 키움만큼은 아니지만, 꼭 1차전을 잡는 것이 필요했다. 김광현이 나선 경기의 상징성은 둘째치고 정규시즌 최종전 후 23일의 휴식을 취한 상황에서 자칫하다 기세 싸움에서 밀릴 수 있다. 앞서 만난 LG 트윈스도 객관적으로 키움보다 우세로 평가받는 팀이었으나, 한 번 경기를 내주기 시작하자 겉잡을 수 없이 밀렸다. 오히려 선수층에 여유가 있는 만큼 확실히 기선을 제압할 필요가 있었다.

불안한 4선발과 불펜도 SSG가 시리즈를 길게 가져가기 싫은 이유 중 하나다.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4차전 등판이 유력한 오원석은 올 시즌 31경기 6승 8패 평균자책점 4.50으로 준수한 풀타임 2년 차를 보냈다. 하지만 키움을 상대로 7경기 평균자책점 8.14, 고척돔에서 3경기 평균자책점 7.94로 유난히 약했다. 시즌 막판 불안함을 노출한 불펜 역시 이날도 동점에 역전까지 내주며 SSG의 아킬레스건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1차전 총력전의 결과가 향후 시리즈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알 수 없다. 양 팀 모두 3차전 선발 예측이 어려워지면서 2차전 결과가 더 중요하게 됐다. SSG는 윌머 폰트를 2차전 선발로 내세운다. 올 시즌 28경기 13승 6패 평균자책점 2.69를 기록한 폰트는 키움을 상대로 4경기 3승 무패 평균자책점 0.62로 매우 강했다. 이에 맞서는 키움은 가을 에이스로 거듭난 애플러를 내세운다. 올 시즌 그는 33경기 6승 8패 평균자책점 4.30을 기록했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3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1.29로 맹활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