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원태형 잊지 마세요, 덕분에 가을야구합니다"

키움 최원태(왼쪽)와 김재웅.

"우리 모두 (최)원태 형이나 (김)재웅이가 맞으면 (패배를) 인정한다. 저 둘이 맞으면 그 어떤 투수가 올라가도 맞는다는 생각이다."

이정후(24)의 말에 따르면 키움 히어로즈 선수단에게 전날(7일)의 충격적인 패배는 납득할 수 있는 결과였다. 그렇기에 별다른 파이팅 없이 의연하게 경기장으로 나섰다.


키움은 전날(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4-5로 패배했다. 키움이 4-2로 앞선 9회말 무사 1, 3루에서 최원태(25)가 대타 김강민(40)에게 끝내기 스리런을 맞은 것.

에이스 안우진(23)의 6이닝 무실점 호투부터 시작해 잘 흘러가던 경기가 필승조 김재웅(24), 최원태가 무너져 패배로 이어졌기에 충격적인 결과였다.

6차전을 앞두고 만난 최원태는 "맞았을 때는 좀 멍했다. 울지 않았다. 하지만 도저히 밥이 안 들어갔다. 숙소에 들어가서 혼자 유니폼을 입은 채 멍하니 있는데 조금 울컥했다. 눈물이 났다. 하지만 내일도 다시 나가야 하니까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5차전 패배 직후 "안우진, 양현, 김재웅, 최원태까지 모두 잘 던져준 덕분에 지금까지 올라왔다. 최선의 선택이었고 후회는 없다. 야구가 원래 그렇다. 최원태는 최선을 다했다"고 감쌌다.

이 인터뷰를 최원태도 기사로 접했다. 최원태는 "솔직히 다 된 밥에 숟가락만 얹으면 되는 것인데 그걸 못해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선수들, 감독님, 코치님, 팬분들에게 너무 죄송했다"면서 "정말 감사했고 또 힘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들은 그런 인터뷰를 보면서 힘내려고 노력한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끝내기 홈런을 맞았지만, 선수단, 코치진, 팬들로부터 많은 응원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경기 전까지 한국시리즈에서 최원태는 퍼펙트 투수였다. 김재웅과 함께 키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공신 중 하나였다. 이에 최원태는 "정말 이런 가을은 처음인 것 같다.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고생하는 것을 보면 울컥한다. 정말 이런 기분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키움 최원태(왼쪽).

최원태와 함께 두 번의 가을을 경험한 이정후는 울컥하는 그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올해 포스트시즌 전까지 최원태는 가을야구에서 썩 믿음직하지 못한 성적을 냈다.

최원태의 인터뷰를 전해들은 이정후는 "(최)원태 형은 항상 본인이 팀에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최)원태형 덕붙에 우리가 가을 야구에 왔고 이렇게 뛸 수 있는 것이 원태형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원태형이 정말 잊지 않아줬으면 좋겠다. 이번에도 어제 한 경기 못 던진거지 계속 그런 것이 아니다. 원태형이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에서 잘 던져줬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이때까지 야구를 하고 있다. 원태형뿐 아니라 (김)재웅이도 마찬가지고 덕분에 오랫동안 야구를 하고 있어 나는 정말 행복하다"고 힘줘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어제 경기는 져도 후회가 없는 경기였다. 이정후는 "어제는 졌지만 명경기였다. 선수들 모두 (최)원태 형이나 (김)재웅이가 맞으면 (패배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둘이 올라가서 맞으면 어떤 투수가 올라가도 맞는다.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 모두 너무 의기소침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오늘도 던져야 하니까 파이팅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