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출신 수협은행장…"외풍 줄어드나" vs "이르다"

차기 수협은행장으로 내부 출신이 내정되면서 금융권 CEO(최고경영자) 인사에 '외풍(外風)'이 적을 수 있다는 기대가 솔솔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여러 차례 '낙하산' 인사는 없다고 공언하고 국회에서도 낙하산 인사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직후 '뒷배' 얘기가 나온 인사 대신 내부 출신 인사가 자리를 꿰차서다. 다만 금융권 CEO 인사가 줄줄이 예정된 만큼 우려가 완전히 가시기엔 이르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수협은행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는 내부 출신 인사인 강신숙 수협중앙회 금융담당 부대표를 차기 행장으로 내정했다. 행추위는 논의 시작 30여분만에 강 부대표를 차기 행장으로 내정했다. 수협은행장 인사가 지연되면서 정권 실세가 특정 인사를 밀고 있다는 말과 금융당국이 관료 출신을 꽂으려 한다는 말이 나왔지만 결과적으론 이사회가 잡음 없이 인사를 마무리했다.


금융권은 이번 인사를 상징적이라고 본다. 수협은행장 인사는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실시된 민간 은행장 인사다. 수협은행은 여전히 지배구조상 정부 입김이 강하지만 최근 공적자금을 모두 상환하는 등 민간 금융회사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에 이어 수협은행도 내부 출신 인사가 행장이 됐다"며 "향후 다른 금융사 CEO 인사도 독립적으로 진행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결정은 금감원과 국회가 외압과 낙하산 인사를 배제하겠다고 공언한 직후에 이뤄졌다. 이 원장은 지난 10일에 이어 지난 14일에도 "지주회장과 CEO 임명에 대해 당국은 구체적 개입을 할 생각이 없다. 이사회가 통제할 문제"라고 못 박았다. 특히 "소위 말하는 외압,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둔 건 아니다"라고 했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소속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도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대한 문책경고를 언급하며 "금융당국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그게 낙하산 인사를 위한 사전조치가 되면 안 된다"며 "시기상 예민한 만큼 오해 소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외풍 우려가 완전히 가시진 않았다. 금융당국이 인사 시즌 직전에 손 회장의 문책경고를 의결한 데다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며 공개적으로 '소송하지 말라'고 해서다. 임기 만료를 앞둔 손 회장이 금융당국 제재안에 대해 소송하지 않으면 사실상 연임이 불가능하다. BNK금융은 금융당국 압박으로 회장 후보군을 외부 출신 인사와 전직 임직원에게 개방하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은 낙하산 인사를 우려한다. 공공기관이라는 점을 들어 또다시 정부가 원하는 인물에게 은행장 자리를 주지 않겠느냐는 걱정이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외압은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민간 금융사를 향한 것"이라며 "기업은행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이 때문에 정권 인사를 보내는 걸 낙하산으로 인식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원장이 지난 14일 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만난 데 대해서도 반발 목소리가 있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투명하고 독립적인 판단을 당부했지만 금감원이 부른다는 자체가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