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언니? 소식좌? 30년 ‘소신좌’ 박소현

머니투데이

신윤재(칼럼니스트) ize 기자

IHQ '맛있는 녀석들' 방송화면 캡처

연예인의 가치란 워낙에 돌고 돌아, 그 어떤 순간에 어떤 기회를 맞아 주가가 오를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 있다. 적어도 오랜 시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역할을 다하는 사람에겐 어떠한 기회라도 내려온다는 사실이다.

방송인으로서 배우로서 오랜 기간 활동했던 박소현은 최근 그 주가를 조금씩 느끼고 있다. 하나의 프로그램 그 품에 안온하게 안기며 방송생활을 이어오던 그가 갑자기 식사량 때문에 주가가 올랐다면 그 사실을 믿을 수 있을까. 하지만 실제로 그렇다. 박소현의 방송섭외는 ‘소식좌’ 캐릭터 때문에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본격 ‘소식좌 예능’을 표방하고 있는 웹 예능 ‘밥맛 없는 언니들’의 채널 흥마늘 스튜디오는 구독자수를 빠르게 24만까지 올려놨다. 박소현과 산다라박의 클립은 조금 재밌다고 하면 금방 조회수 100만을 넘어선다. 산다라박과 박소현은 세트로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하고 최근에는 IHQ ‘맛있는 녀석들’에서 ‘대식좌’ 뚱5와 세계관의 충돌도 빚어냈다.

시작은 단순했다. MBC 에브리원 ‘비디오스타’에 2016년부터 5년 동안 출연했던 박소현의 소식 습관을 기이하게 여긴 김숙이 이를 찍어서 보관하고 있다가 ‘소식좌’라는 캐릭터를 만들어준 게 처음이었다. 먹방이라치면 무조건 많이 먹고, 빨리 먹어야 한다는 게 대세이던 상황에서 이들의 소신있는 작은 먹방은 화제가 되고 유행이 됐다.

사진제공=흥마늘 스튜디오,

소신이 있다는 것. 이는 박소현의 연예계 생활에도 연결된다. 박소현의 30년에 달하는 경력은 그 누구의 말에도 휘둘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결과물이었다. 그가 발레리나 출신이라는 것은 유명하다. 심지어 유니버설발레단에도 입단할 정도로 그는 발레 외에는 눈을 돌리지 않았다.

하지만 1992년 갑자기 찾아온 부상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 각종 리포터 역할을 하다 1993년 ‘겨울연가’ ‘가을동화’를 연출한 윤석호PD의 드라마 ‘내일은 사랑’에서 이병헌의 상대역으로 깜짝 캐스팅됐고 그 후부터 연예인으로서의 가도에 속도가 붙었다.

하나를 하면 진중하게 오래 하는 스타일은 그의 경력을 찾아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일단 그는 장수 프로그램의 단골 MC다. 1998년 시작된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는 임성훈과 함께 24년을 이어오고 있다. 라디오 SBS ‘박소현의 러브게임’ 역시 1999년부터 23년을 진행 중이다. 1998년 시작한 SBS ‘호기심 천국’도 4년 동안 첫 회부터 마지막회까지 자리를 지켰다. ‘비디오스타’의 5년은 그의 경력에 한 줄 첨부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박소현의 꾸준함의 대명사다.

심지어 2017년에는 호흡이 어려운 갈비뼈 부상을 당했음에도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녹화에 참여하는 의지를 보였다. 코로나 19 확진 때문에 한 번 빠졌던 녹화가 뉴스에 나올 정도였다. 그는 시청자와의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박소현의 러브게임’을 진행하며 만난 아이돌들의 사연에는 공감하며 큰 팬이 돼주기도 했다.

사진제공=SBS

소식 역시 그가 오래 방송을 하며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였다. ‘소식좌’ 방송에서 비록 유머 코드로 쓰이긴 하지만 음식 한 입을 넣고 5분을 넘게 씹는 그의 습관은 턱관절에도 좋을 뿐 아니라 음식의 맛을 다양하게 느낄 수 있으며, 식사에 늦게 찾아오는 포만감을 조절해 적절한 양의 식사에도 도움을 준다. 그러한 습관은 비록 김밥 한 줄을 다 못 먹을 정도의 식사량이라도 올해 50대에 들어선 그를 연예계 대표 ‘동안미녀’로 만들었다.

그는 한때 깜짝 스타였고, 또 한때는 믿어지지 않는 동안미녀였다. 하지만 그 바탕에는 긴 시간 꾸준히 자신의 길을 지키는 의지와 뚝심이 있었으며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의 스타일을 지키는 노력이 있었다. 그러한 박소현에 지금의 대중들은 ‘소식좌’의 코드와 얽혀 박수를 보낸다. 모두가 유행에 따라 한 방향을 바라보지 않아도 언젠가 자신의 차례가 돌아옴을 박소현은 몸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방송에서의 경력이 많고, 나이가 많더라도 항상 자신을 낮추며 다른 이들의 돋보일 수 있는 점을 찾아주는 모습은 앞으로 더욱 오래 박소현의 시대가 계속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일종의 증거와도 같다. 우리는 1990년대에도 그를 봤고, 2000년대와 2010년대에도 봤다. 지금의 새로운 모습이라면 2020년대에도 그를 너끈히 볼 수 있을 것 같다. 박소현은 늘 그렇게 그런 모습으로 우리 곁에 계속 머무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