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데이터에도 '눈총'…대통령 '과점' 지적에 바짝 긴장한 통신사들

윤석열 대통령의 '과점' 질타를 받은 통신3사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부랴부랴 '무료 데이터' 선물 보따리를 풀었지만 '통신비 부담 경감' 효과는 적다는 일부의 비판이 당혹스럽고, 새로운 5G 중간요금제 신설은 피할 수 없는 숙제가 됐다. 요금제 다변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 MNO(이동통신사)를 위협하는 알뜰폰(MVNO)의 확산, 제4이동통신사 출현 등 악재가 쌓이면서 통신3사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16일 증시에서 SK텔레콤은 전일 대비 4.29% 하락한 4만4600원, KT는 2.86% 떨어진 3만2250원, LG유플러스는 0.46% 내린 1만86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가 전일 대비 1.96%(47.58포인트) 상승 마감한 것과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윤 대통령이 전날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통신 분야 과점 형태를 지적하고 "실질적인 경쟁시스템 강화를 위한 특단조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한 여파다. 특히 윤 대통령은 "통신요금 구간을 세분화해 국민의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과기정통부도 "새로운 5G 중간요금제 출시를 위해 통신3사와 협의하겠다"는 대책으로 화답했다.

통신시장 과점 상황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대통령이 직접 문제의식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업계는 과거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한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함께 과점 체제를 지적받은 금융권의 경우 최근 고금리 탓에 이익 규모가 급증한 측면이 있지만, 통신업의 경우 특별히 이익이 늘어나진 않았고 오히려 가입자 성장이 정체되며 유선 분야 등에선 역성장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며 "정부의 기대에 어떻게 부응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통신3사는 전날 민생경제 안정에 동참하겠다는 취지로 일제히 '무료 데이터 제공' 방침을 밝혔지만, 일부에선 '생색내기'란 비판도 받는다. SK텔레콤과 KT는 3월 한 달간 만 19세 고객에게 데이터 30GB를, LG유플러스는 고객이 가입한 요금제의 데이터 기본량을 2배 제공하기로 했다. 3사는 휴대전화 전체 가입회선 5030만명의 67.1%인 3373만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봤다.

그러나 무제한 데이터 등 고가 요금제 가입자는 혜택의 사각지대에 있고, 데이터를 적게 쓰는 가입자는 '줘도 못 쓴다'고 꼬집었다. 정말 민생안정을 원한다면 데이터 추가 제공 보다는 한시적이라도 요금을 깎아줬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과기정통부가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제시한 40~100GB 구간의 중간요금제는 '발등의 불'이다. 통신3사는 지난해 월 20~30GB대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했지만, 소비자의 호응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시민단체 등에선 데이터 제공량을 다양화하는 새로운 중간요금제 출시를 줄곧 요구해 왔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새 중간요금제는 구체적으로 검토된 바 없지만, 정부 의지가 강력한 만큼 부응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다만 전체 5G 가입자의 평균 데이터 이용량은 23GB 안팎이고, 실제로는 10GB 안팎의 '라이트 유저'와 100GB 이상의 '헤비 유저'로 양극화된 상황에서 중간요금제가 보다 다변화된다 해도 실효성은 의문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처럼 악재가 산재하지만 통신3사로서는 '소나기는 피하자'는 표정이다. KT는 전날 무료 데이터에 이어 이날은 전국 KT 건물에 입주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3개월간 임대료를 30%씩 깎아주겠다고 밝혔다. 감면 대상은 2000여 사업자에 달한다. KT는 "3개월 간 아낀 임대료는 1년치 에너지 비용 인상분에 해당해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