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손 들어준 법원...카카오, SM 지분 확보 무산

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81,900원 ▲200 +0.24%))가 카카오를 상대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을 해서는 안 된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이에 따라 오는 6일 예정됐던 카카오의 에스엠 지분 확보는 무산됐다. 에스엠 인수전에서 최대 주주 하이브가 유리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21부(수석부장판사 김유성)는 3일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 측이 에스엠을 상대로 제기한 카카오 대상 제3자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 결정했다.


에스엠은 지난달 7일 카카오에 제3자배정 방식으로 1119억원 상당의 신주와 1052억원 상당의 전환사채를 발행하겠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가 에스엠 지분 총 9.05%를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하이브에 자신의 지분 14.8%를 매각한 이 전 총괄은 에스엠의 신주, 전환사채 발행을 막아달라며 서울동부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사건의 쟁점은 에스엠이 제3자배정 방식으로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이 정당한지 여부였다. 현행 상법은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 달성에 필요한 경우에만 제3자배정 방식으로 신주 발행 등이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지난달 22일 열린 심문기일에서 이 전 총괄 측은 "(현 경영진이) 대주주인 이수만의 지위를 인위적으로 박탈하기 위해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영진의 임기는 정기 주주총회까지"라며 "이수만 없이 경영권을 장악하려면 우군이 필요해서 카카오엔터를 2대 주주로 만들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현 경영진 측은 "지금의 상황은 이수만이 만들어 놓은 상황에 가깝다. 인위적으로 작출·연출된 상황은 엄격히 구별, 배제돼야 한다"며 "경영권 분쟁이란 말은 객관적 상황과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어 "경쟁 업체는 모두 플랫폼과 제휴해 앞서고 있는데 에스엠만 뒤처진 상황"이라며 "이수만은 부당하게 영업이익을 수취했고 이는 국세청과 투자자들의 시비거리가 됐다"고 밝혔다.
재판부 "긴급한 자금 조달 필요했다고 보기 어려워"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전 총괄 프로듀서가 SM을 상대로 낸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1차 심문기일인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으로 이수만 측 법률대리인인 화우 관계자들이 들어서고 있다. 2023.2.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재판부는 먼저 "채무자(에스엠 현 경영진)는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및 인수계약 체결 과정에서 위와 같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한 이사들을 제외하고는 최대주주인 채권자(이수만 전 총괄)를 포함한 기존 주주들에게 이를 알리거나 그에 관한 협의를 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어 "긴급한 자금 조달 및 사업 확장, 전략적 제휴 등 채무자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채무자가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 등을 배제하고 카카오에 이 사건 신주 및 전환사채를 배정·발행할 필요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에스엠의 정관에 위반하거나 현저하게 불공정한 방법에 의해 발행될 신주 및 전환사채로 기존 주주가 회사에 대해 갖는 지분에 따른 비례적 이익이 침해되거나 지배력 약화 등 불이익을 받을 염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는 "신주 및 전환사채 배정·발행 의결 무렵, 채무자는 충분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등을 보유하고 있었다. 급하게 갚아야 할 채무가 없었다"며 "당시 채무자에게 긴급한 자금 조달의 필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부연했다.

플랫폼과의 제휴 등 에스엠의 신사업 전략에 대해서는 "상당한 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되리라 보이는 것들"이라며 "채무자가 지난달 21일과 23일 각각 추가 공표한 SM 3.0 전략에 기재된 내용에 의하더라도 일부 사업에의 투자는 2025년이나 향후 3년 내에 시행할 것을 예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업 전략의 수립 단계에 불과한 상태에서 위와 같은 금액이 당장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채무자가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배제하고 카카오에 신주 및 전환사채를 발행해 약 2172억 규모의 자금을 반드시 긴급하게 조달해야 할 상황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신주 및 전환사채 발생으로 에스엠이 기존 주주들의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다른 전략적 제휴 및 자금 조달 방안들을 구체적이고 신중하게 검토했다고 볼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찾기 어렵다"고 봤다. 또 "이 전 총괄이 에스엠에 손해를 입혔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별개의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하고, 제3자 배정·발행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 결정에 대해 이 전 총괄을 대리한 법무법인 화우는 "법원이 지극히 정당한 판단을 내렸다"며 "향후에도 SM 현 경영진의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통해 단호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에스엠 지분 9.05%를 취득해 2대 주주로 올라서려던 카카오의 계획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에스엠 인수전에서 최대 주주 하이브가 유리한 상황에 놓였다. 하이브는 "SM의 현 경영진이 회사의 지배권에 영향을 미치려는 위법한 시도가 명확히 저지되고 이제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찾아가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