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 있는 호응' 어디에? 日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전력 추진"

한국의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법 발표에도 '성의 있는 호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일본 정부가 도리어 조선인 강제 노역이 이뤄진 사도광산의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계속해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도광산 내부/사진=뉴시스

7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나가오카 게이코 일본 문부과학상은 이날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배상 해법과 관련해 "사도광산이 문화유산으로서 지닌 훌륭한 가치를 국제사회에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니가타현, 사도시와 협력해 유산 등재를 위해 전력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2월 사도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해 유네스코에 추천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유네스코는 사도광산 유적 니시미카와 사금산에서 사금을 채취할 때 사용된 도수로가 끊겨 있는 부분에 대한 자료가 미비하다고 판단, 심사 자문기관에 추천서를 넘기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현장 조사 등 심사 절차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2023년 등록이 무산됐다.

이에 일본 정부는 올해 1월 추천서를 수정해 유네스코에 다시 제출했고, 추천서를 전달받은 자문기관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는 이달 초 심사 절차를 개시했다. 이코모스가 올여름~가을쯤 현지 조사를 실시해 등재 여부에 대한 권고를 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이를 토대로 세계문화유산 등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일본 측은 사도광산이 에도시대(16~19세기) 때 전통 방식으로 금을 생산한 곳으로 산업 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은 약 1140명의 조선인의 강제징용 피해 현장이라는 점에서 일본의 움직임에 강력 반발하지만, 일본은 사도광산의 문화유산으로서 가치는 에도시대에만 한정된다며 조선인 노동자 강제 징용 문제는 이번 사안과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이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강행하면서 강제징용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과오를 되풀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2015년 군함도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 과정에서 조선인의 강제징용 사실을 인정하며 정보센터를 세워 희생자를 기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2020년 도쿄에 문을 연 정보센터를 통해 일본 측은 "조선인에 대한 차별은 없었다"는 주민의 발언 등을 공개하며 약속에 반하는 내용을 전시했고, 유네스코로부터 이에 대한 경고를 받았다.

사도광산 관계자는 니가타일보에 "한국의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법 발표가 한일 간 상호 이해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면서도 "제시된 해법이 사도광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피고 기업 대신 국내 재단이 국내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조성해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제3자 변제안을 지난 6일 공식 발표했다. 정부는 그동안 일본과 협의 과정에서 강제징용에 대한 일본 정부의 적절한 사죄 표명과 일본 피고 기업들의 기부금 조성 참여 등 '성의 있는 호응'을 촉구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