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코인 의혹' 검찰 수사 향방은...뇌물죄도 가능?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가상자산(암호화폐) 이상 거래 의혹 논란에 자진탈당을 선언한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로 출근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저는 오늘 사랑하는 민주당을 잠시 떠난다"고 밝혔다. 2023.5.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남국 의원이 거액의 가상자산(암호화폐)를 보유했다는 논란과 관련,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면서 향후 수사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가상자산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준동)는 지난 15일과 16일 이틀에 걸쳐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 등에 수사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혐의는 정치자금법 위반·조세포탈·범죄수익은닉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의원의 초기 투자금 출처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코인 거래 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수사, 4가지 시나리오… 핵심은 입증여부

서울 남부지검 모습. /사진=뉴스1

① 적법하지 않은 절차 입증되면? 정치자금법 혐의

정치자금법의 핵심은 정치인이 기부금, 기탁금 등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받았는지 여부다. 검찰 수사 결과 김 의원이 적법하지 않은 방식으로 코인을 받았다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실제로 검찰은 김 의원이 코인을 취득하고 거래하는 과정에서 위법성은 없었는지를 조사 중이다. 민주당 진상조사단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김 의원은 에어드롭(이벤트나 마케팅 차원에서 투자자에게 코인을 무상으로 지급) 방식으로 위믹스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경위나 에어드롭 규모는 알려지지 않아 향후 이 부분을 수사하는 게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어느 정도 입증되면 범죄수익은닉과 조세포탈 혐의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르면 범죄 정황을 알면서 범죄 수익 등을 수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 재산 은닉, 소득 수익 행위 거래의 조작 또는 은폐를 통해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는 경우에는 조세포탈 혐의도 적용 가능하다.

김영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정치자금법을 통해 코인이 문제가 있다고 입증되면 범죄수익은닉 혐의도 적용될 수 있다"며 "또 디지털코인의 익명성을 이용해 김 의원이 자금을 분산하고 차명해 추적을 어렵게 했다면 자금 은닉으로 봐서 이 역시 조세포탈 혐의가 적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가상자산은 과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조세포탈의 경우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는 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익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정치 자금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신고를 안했다면 조세포탈 혐의 적용은 가능하다"면서도 "아직까지는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는 유예 상황이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② 대가성 입증되면 뇌물죄도 가능

뇌물죄를 적용하려면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입증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게임학회 등은 그동안 P2E(돈 버는 게임) 업체들이 국회에 로비를 한다는 소문이 있었다며 김 의원 역시 코인 보유 시기에 게임법 관련 입법에 참여하거나 토론회 등을 개최한 것이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위믹스가 김남국 의원이 정치활동에 쓰라고 코인을 줬다 하면 정치자금법 위반"이라며 "그런데 더 나아가서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거래가 있었다면 뇌물죄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김 의원은 로비 의혹에 대해선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페이스북에 "처음에는 불법 대선자금으로 몰아가더니, 대선 전후로 ATM에서 현금 440만원 인출했다고 하니 금방 쑥 들어가고 이제는 무슨 '불법 로비' 의혹으로 몰아간다"며 "이런 보도를 확인이나 제대로 된 취재도 없이, 가상화폐를 잘 모르는 사람의 익명의 인용만으로 오해할 수 있는 기사를 쓰는 것에 정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김남국 의원이 페이스북에 '위믹스 코인 보유 의혹'과 관련해 남긴 글. /사진=김남국 의원 페이스북

③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도 가능?

주식의 경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거래를 했다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도 적용 가능하다. 사전에 내부 정보를 받아서 주식을 사고 팔았다면 시세를 조종했다는 것과도 연결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행법상 가상자산은 증권성이 인정되지 않아 자본시장법 규제를 받지 않는다. 현재 국회는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가상자산 투자자를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가상자산이용자 보호법'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이 법이 추후 국회를 통과한다고 해도 김 의원까지 소급 적용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권 교수는 "현재 국회에선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를 적용하기 위해 입법 과정을 진행 중이다"면서도 "아직까지는 코인은 자본시장법에서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김 의원 역시 해당 혐의를 인정 받을 수 있을지 애매하다"고 말했다.

④ 김남국 의원 주장 받아들여지면?

검찰 수사 결과 적법한 절차를 밟아 투자를 했다는 김 의원의 주장이 모두 소명된다면 영장에 적시된 혐의를 비롯해 이해충돌방지법, 공직자윤리법 등도 적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검찰은 김 의원의 초기 투자 자금 출처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전망이다.

다만 법적인 문제가 없을지라도 공직자로서의 책임 문제는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 교수는 "정치라는 건 법률적인 것만 갖고 할 수는 없다"며 "국민의 감정을 읽을 줄 알아야 하고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시원하게 설명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국회의원으로서 이런 점을 경시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임감 있는 모습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 위믹스 80여만 개(당시 시세 60억원)를 보유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 의원이 보유했던 위믹스는 지난해 2월 말~3월 초 전량 인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더해 김 의원은 2월 비주류 코인인 '비트토렌토'에 투자해 약 1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같은 비주류 코인이 상장하기 직전 거액을 투자하고, 매도해 수억원의 차익을 챙긴 의혹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