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하나→소시지까지 8일' 대체육 식탁 머지 않았다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레스토랑 '호세 안드레아 차이나 칠카노'에서 미국 배양육 기업 '굿 미트'의 닭고기 배양육으로 만든 요리./로이터=뉴스1

도축 없이 생산된 육류를 식탁에서 맛볼 날이 머지 않아 보인다. 기술발전으로 대체육 생산단가가 줄면서 일반 도축육에 밀리지 않을 정도로 가격 경쟁력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도축육 대체가 가능해진다면 탄소 감축과 육류 소비층 확대로 일거양득을 거둘 수 있다.
'8일 만에 소시지 뚝딱' 미터블, 투자금 1억 달러 넘겼다8일 블룸버그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네덜란드 배양육 스타트업 미터블은 최근 추가로 유치한 투자금 3500만 달러를 활용해 생산설비를 확대, 시장에 배양육 공급량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미터블은 지난 5월 싱가포르에서 세계 최초로 배양육 시식회를 열어 이름을 알렸다. 현재는 돼지고기 교자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 중이다.

미터블이 주력으로 미는 상품은 소시지다. 다능성 줄기세포를 이용, 도축 없이 8일 만에 생산 가능한 게 강점이다. 배양육 생산 속도가 빠르면 대량 생산이 쉬워져 생산 단가를 대폭 낮출 수 있다. 생산단가 때문에 일반 돼지고기와 경쟁이 어려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터블의 줄기세포 기술은 획기적이라고 볼 수 있다.


미터블의 줄기세포 기술은 세계적인 바이오테크기업 빗바이오의 기술을 응용한 것이다. 마크 코터 빗바이오 최고경영자(CEO)가 미터블 공동창업자로 나서 인간 줄기세포에 쓰이는 옵티옥스 기술을 배양육에 접목시켰다. 이를 통해 세포 하나에서 1mm² 기준 8000만개의 근육, 지방세포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댄 뤼닝 미터블 공동창업자는 지난 5월 포브스 인터뷰에서 "고품질의 단백질과 지방산을 함유해 돼지고기 고유의 향을 즐길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미터블은 생산기간을 더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몇 주가 소요됐던 생산기간을 6개월 여만에 8일로 단축한 만큼 미터블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린다. 이번 추가 투자 전까지 쌓아둔 투자금만 9500만 달러(1248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도축육 대체, 탄소감축·육류 소비자 확대 일거양득일상에서 도축육을 대체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면 탄소감축은 전환점을 맞게 된다. 네덜란드 연구기관 CE 델프트가 2021년 출판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배양육 생산에 투입되는 에너지 중 30% 이상을 친환경 에너지로 대체할 경우 양계장보다 낮은 탄소 배출량으로 돼지고기 등 육류 생산이 가능해진다.

특히 육우의 경우 도축 방식에 비해 탄소 배출량을 최대 92%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옥스포드 대학도 2019년 연구에서 재생 에너지로 배양육을 생산할 수 있다면 탄소 배출량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축육 대체에 성공한 기업은 채식주의자들까지도 소비자로 삼을 수 있다. 이에 글로벌매체 악시오스는 "투자자들이 도축 없는 친환경 육류 생산을 위해 이 분야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기업 ID테크엑스에 따르면 배양육 시장은 2043년까지 137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됐다.
배양육, 네덜란드·미국·이스라엘 기업이 주도…하버드 연구진, 식물성 육류 사업 도전유럽 바이오테크 전문매체 라바이오테크 조사에 따르면 대체육 분야에서 미터블 말고도 눈여겨볼 기업이 여러곳 더 있다. 먼저 2013년 세계 최초로 배양육 햄버거를 선보인 마크 포스트가 설립한 '모사 미트'가 있다. 네덜란드 기업인 모사 미트는 배양육 세포 성장에 필요한 양분의 99% 이상을 약품이 아닌 식품류로 대체하는 데 성공했다. 세포 양분을 식품류로 대체하면 생산단가가 절감된다. 미터블의 대체율이 70% 수준임을 감안하면 모사 미트 기술도 상당한 수준이다.

미국 기업들도 배양육 개발에 팔을 걷어붙였다. '업사이드 푸드'와 '굿 미트'는 최근 배양육 닭고기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안전검사에서 합격 판정을 받았다. 업사이드 푸드는 배양육으로 만든 쇠고기 미트볼과 닭고기, 오리고기를 세계 최초로 선보인 곳이다. 라바이오테크에 따르면 업사이드 푸드의 기업가치는 1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외에도 이스라엘 기업 '빌리버 미트', '바이오 베터'와 영국 기업 '멀터스 바이오테크' 등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식물성 육류 시장 규모도 배양육에 뒤지지 않는다. 리서치기업 팩트앤팩터스는 지난 3월 공개한 보고서에서 식물성 육류 시장 규모가 2030년까지 184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보카, 모닝스타 팜즈, 노 이블 푸드 등 여러 브랜드에서 소세지, 햄버거 패티, 부리또 등 식물성 육류 제품을 판매 중이다.

하버드 연구진도 사업에 뛰어들었다. 키트 파커 하버드 공과대학 교수가 연구원들과 함께 2020년 '텐더 푸드'를 설립해 1200만 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현재 치킨 커틀릿, 풀드포크 등 식물성 육류 제품을 생산 중이다. 파커 교수는 지난해 하버드 인터뷰에서 "고기를 먹고 있다는 느낌을 주려면 식감이 아주 중요하다"며 맛에서도 뒤지지 않는 식물성 육류를 개발했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