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오는데 출근하라고요?"…직장인들 엇갈린 '희비'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에 북상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사거리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제6호 태풍 '카눈'이 10일 한반도에 상륙하면서 적지 않은 기업들이 임직원의 안전을 위해 재택근무를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여전히 '출근'을 해야 하는 직장인들의 푸념도 이어지고 있다.

10일 IT(정보기술)업계에 따르면 카눈 북상에 따른 피해를 우려한 카카오 (46,450원 ▼350 -0.75%), 넥슨, 쏘카 (20,300원 ▼350 -1.69%) 등 다수의 IT기업들은 10일 하루 또는 10~11일 양일간 전사 재택근무를 결정했다. 내륙 전 구역에 태풍특보가 발령되면서 전국이 태풍 위험권에 든 탓이다.


재택근무에 들어간 한 IT업체 관계자는 "태풍을 뚫고 출근해 저조한 컨디션으로 일하는 것보다 안전한 자택이나 거점오피스에서 일하는 게 낫다는 판단 아래 경영진이 지시를 내렸다"며 "지난 3년여간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재택근무를 시행하며 업무처리방식이 확립된 점도 이 같은 긴급 재택근무를 가능케 했다"고 설명했다.

IT기업 뿐만 아니라 제조 대기업에서도 재택근무 조치를 취한 기업이 적지 않다. 현장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력만 남기고 나머지는 자택에서 업무를 본다.

반면 카눈 북상을 뚫고 출근한 직장인도 상당수 있다. 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주로 규모가 영세하거나 재택근무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기업들이다. 일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들도 CEO의 의지에 따라 출근을 강행한 곳들이 있다.


폭풍을 견디며 출근한 직장인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한 IT솔루션업체 직원 A씨는 "정부에서 인명과 재산상 피해에 유의하라고 말만 하지 말고 강제 재택근무를 명해줬으면 좋겠다.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가족들에게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행여나 무슨 일이 생길까봐 조심스러운 마음"이라고 전했다.

제조업체 직원 B씨는 "출근길에는 별다른 피해 없이 회사에 도착했지만 태풍이 북상한 뒤인 퇴근길이 걱정된다"며 "협력업체 직원은 오히려 재택근무한다고 외부일정을 전부 취소한다는데, 원청업체만 회사에 나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꼴"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카눈은 10일 오전 9시 20분 경남 거제 부근에 상륙한 뒤 11일 오전 6시쯤 북한으로 넘어갈 때까지 약 21시간 동안 전국을 수직으로 관통할 전망이다. 예상 강수량은 △서울·인천·경기, 서해5도 100~200㎜ △강원영동 150~300㎜(많은 곳 500㎜ 이상) △강원영서 100~200㎜ △대전·세종·충남, 충북 100~200㎜ △전북 100~200㎜, 광주·전남 50~150㎜(많은 곳 200㎜ 이상)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100~200㎜(많은 곳 300㎜ 이상), 울릉도·독도 30~80㎜ △제주도 5~40㎜ 등이다.

지역별 강한 비가 내리는 시점은 이날 오전 남부지방을 시작으로 이날 밤 수도권 북부까지 순차적으로 이어진다.

카눈은 시속 20㎞ 안팎의 느린 속도로 이동하며 피해를 키울 가능성이 높다. 태풍이 내륙에 머무는 시간과 피해 정도가 비례하기 때문이다. 2002년 태풍 '루사'는 시속 15㎞로 전국을 관통하며 246명의 인명 피해와 5조1429억원의 재산 피해를 발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