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외무장관, 다음 달 평양 간다…'푸틴 답방' 일정 나올까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이 예정대로 다음 달 북한을 방문한다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을 요청했던 만큼, 구체적인 일정에 관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CNN 등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 중인 제78차 유엔총회 기조연설 뒤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합의한 대로 다음 달 평양을 방문해 북한과의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지난 13일 북러 정상회담 직후 라브로프 장관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10월 북한에서 회담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 이어 진행된 연회가 끝난 뒤 푸틴 대통령에게 편리한 시기에 북한을 방문해달라고 요청했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초청을 흔쾌히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라브로프 장관이 평양을 방문하면 푸틴 대통령의 답방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의 구체적인 방북 일정에 대한 합의가 외교 채널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양국 군사협력을 진전할 더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서방 정보당국은 양국 정상회담에서 무기 거래와 군사기술 이전 등이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용 무기를 제공하고, 러시아로부터 핵 무력 발전에 필요한 기술과 에너지, 식량 등 물자를 받는 군사협력을 합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방을 향한 비난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미국, 영국 등 많은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그들은 우크라이나인들을 볼모로 삼아 사실상 우리와 적대행위를 벌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서방 집단은 오랫동안 평등의 원칙을 거부하고 나머지 세계를 무시해 왔다"며 "러시아를 향해 동쪽으로 확장하지 않겠다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세계 식량 및 에너지 시장 위기도 서방의 탓으로 돌렸다. 라브로프 장관은 "서방 국가들이 약소국에 일방적인 제재를 가해 위기를 유발하고 있다"며 "미국은 자신들 마음에 들지 않은 이들을 처벌하기 위해 제재를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의 흑해 곡물협정 파기와 관련해서도 "협정 당사자들이 러시아 은행에 대한 제재 해제 등 러시아와 맺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제안한 '평화공식'이 "실현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 철수와 정의 회복, 핵 안전과 식량안보, 에너지 안보 등 10개 항으로 된 평화공식을 제안하며 이를 위한 우크라이나 평화 정상회의 개최를 지속해서 요구해왔다. 지난 19일에는 개전 후 처음으로 유엔총회 대면 연설에 나서 이 회의에 각국 정상을 초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