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충' 안된 배터리 실적…충격은 직원들에게 갔다

SKBA(SK배터리아메리카)의 조지아 공장. 왼쪽이 조지아 2공장, 오른쪽이 조지아 1공장

LG에너지솔루션·SK온 등이 미국 배터리 공장의 생산량을 일제히 감축한다. 감원 및 무급휴직 등을 통해 근로자 수도 줄인다. 전기차 수요가 둔화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감원·감산에 따른 판매량 감소는 두 회사의 4분기 실적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13일(현지시각) 미국 미시간주 지역언론 홀랜드센티넬은 LG에너지솔루션이 홀란드공장 직원 170명을 해고한다고 보도했다. 해고 통보는 이메일을 통해 이미 완료됐다고 전해진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라인 합리화 작업의 일환이라고 해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단기적인 시장 환경 변화로 일부 현장직 인력을 축소하지만, 미시간법인은 2공장 증설 등 북미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한 투자를 지속할 예정"이라면서 "향후 사업 규모 및 고객 수요 증가에 따른 일자리가 늘어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SK온 조지아공장도 생산량 감축과 구조조정을 실시한다. 주 지역 매체 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션에 따르면 SK온 조지아공장은 일부 직원에 대한 무급휴직 조치를 실시하고 생산량을 줄이기로 했다. 이곳 공장의 구조조정은 올 하반기 들어서만 두 번째다. 지난 9월 전체 직원 3000여명 중 일부를 대상으로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500명 이상 해고 시 공시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 해고 규모는 이를 밑돈 것으로 추정된다. 회사 관계자는 "라인 가동 일정을 조정하고 이에 맞춰 일부 생산 근로자 대상으로 일시적 무급휴직을 실시한 것"이라면서 "최근 전기차 업계가 숨 고르기에 들어감에 따라,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영하자는 차원에서 시행됐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결정은 미국 내 전기차 수요 둔화가 원인이다. 미국은 글로벌 3대 전기차 시장 가운데 가장 늦게 판매가 본격화한 곳이다. 국내 배터리기업 입장에서는 선제적으로 전기차 보급이 이뤄진 유럽의 수요 둔화에 발맞춰 미국 시장 공략을 도모했다. 그러나 보조금 혜택에도 불구하고 내연차보다 비싼 전기차 가격과 고금리로 인한 자동차 구입 부담 증가로 인해 수요가 정체되고 있다. 이에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 생산을 줄이면서 배터리업계도 출하량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달리 고용시장이 매우 유연한 미국에서는 사업 사정에 따라 보상을 전제로한 해고가 자유롭고 무급휴직을 권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현상"이리면서 "내연차·전기차 교체기에 일시적인 전기차 수요 둔화 현상은 예상해온 일이고, 주요국의 친환경 정책과 전기차 인프라 시설 확충이 더해지면서 중장기적으로 전기차·배터리 산업의 전망은 밝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다만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구조조정에는 일부 상황적 특수성에 따른 차이가 있다"면서 "조지아 공장의 부진했던 수율 제고를 위해 선제적으로 대규모 인력을 채용했던 SK온은 정리해야 할 대상이 LG에너지솔루션보다 많아 9월 정리해고에 이어 이번 무급휴직까지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