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돌려막기'도 못하는 한전, 자회사에 중간배당 4조원 요구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16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8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 한국철도공사, 한국전력공사, 강원랜드 등 18개 기관이 시살상 낙제점인 D등급(미흡)이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재부는 E등급이거나 2년 연속 D등급인 9곳 중 기관장 재임 기간이 짧거나 이미 해임된 기관을 제외한 5곳에 대해서는 기관장 해임을 건의한다는 계획이다. 16일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2023.6.1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전력공사가 한수원을 포함한 6개 발전자회사에 4조원의 중간배당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전이 매년 3월에 있는 연간 실적 단위 배당 외에 중간배당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누적적자 45조원에 총부채가 200조원이 넘으면서 한전채를 새로 발행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해 남동, 동서, 남부, 중부, 서부발전 등 6개 발전자회사에 연말까지 중간 배당을 결의해달라고 요구했다. 한전이 요구한 배당 목표액은 최대 4조원이다. 발전사들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배당액 규모는 바뀔 수 있다.

한전은 올해 3분기 약 2조원 규모 흑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6조4534억원에 달한다. 국제유가 상승분이 반영되는 4분기도 흑자를 장담하기 어렵다.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르면 한전은 '자본금+적립금'의 5배까지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다. 한전이 올해 총 6조원의 영업손실을 낼 경우, 자본금과 적립금의 합계 액수는 14조9000억원 수준이다. 이에 따른 내년 한전채 발행 한도는 74조5000억원이다. 10월말 기준 발행 잔액이 79조6000억원으로 이미 발행 한도를 초과했다. 추가 발행은 커녕 기존 한전채를 상환해야 할 처지다.


업계에선 한전이 한수원으로부터 2조원, 나머지 5개 발전공기업으로부터 4000억원씩 총 4조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받는 것이 목표라고 본다. 4조원 중간배당이 이뤄지면 한전채 발행한도는 중간배당 액수의 5배만큼인 20조원이 늘어나게 된다.

발전자회사들이 한전에 중간배당을 하려면 정관에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한수원과 동서발전은 전날 이사회를 열어 정관을 변경했다. 13일에는 서부발전·중부발전이, 14일에는 남동발전·남부발전이 각각 이사회를 열어 관련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다만 정관을 개정하더라도 '배임 논란'이 불거질 여지가 크다. 원가를 하회하는 전기요금으로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 모기업인 한전에 대규모 배당을 결정할 경우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 발전자회사들은 올해 소폭 흑자를 내고 있지만 한전이 각사에 요구하는 4000억원에는 못 미치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한수원은 지난 8일에도 정관개정을 위한 이사회를 열었지만 연간 영업이익을 초과하는 수준의 중간배당은 배임 소지가 크다며 강하게 반발해 표결을 보류한 바 있다. 향후에도 노동조합 등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