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에 팔래"vs"8억에 살래"…서울 아파트 거래량 한달새 28%↓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7일 서울 중구 남산을 찾은 시민들이 아파트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두 달째 하락했다. 아파트 매물은 1년 전 5만건보다 약 2만5000건 늘어난 매물 7만5000여건이 쌓이면서 매수자 우위 시장이 유지되고 있다. 하락폭이 가장 컸던 강북구의 아파트는 최고가보다 40% 떨어진 가격에 실거래 됐다. 이날 KB부동산이 발표한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가격은 지난 1일 기준 전주 대비 0.03% 하락하며 지난해 11월 13일 이후 8주 연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2024.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매도자와 매수자의 눈높이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지난해 초 바닥을 찍은 아파트 시세는 하반기 들어 10% 가까이 반등했고, 매도를 원하는 집주인들은 가격을 낮출 의지가 없다. 반면 잠재 매수자들은 '급매' 수준의 매물이 나오기만 기다리고 있다. 그 결과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매달 뚝뚝 감소하는 추세다.

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신고 건수는 1323건에 그쳤다. 전달인 지난해 11월 1839건에 비해 약 28% 줄어든 것이다. 아직 집계일이 남았지만 현재 추세라면 12월 거래는 크게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월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을 보면 1월 1413건으로 바닥을 찍었다. 이후 점차 거래량이 늘어 지난해 8월에 3899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후 9월 3400건, 10월 2337건, 11월 1839건, 12월 1323건 등 네달 연속 거래량이 줄었다.

서울의 유명 대단지 중 하나인 송파구 헬리오시티 사례를 보면 지난해 11월과 12월 두 달 동안 이뤄진 거래가 단 12건에 불과하다. 총 9510가구 대단지에서 사실상 거래가 거의 일어나지 않은 셈이다.

매수자와 매도자의 눈높이가 다른건 부동산 경기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매수자 입장에선 태영건설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우려가 확산되면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것을 우려한다. 가격이 더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집을 사더라도 현재 시세보다 훨씬 싼 가격에 사는 게 안전하다.


반면 보유자들은 올해 하반기 중에는 부동산 시세가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놓지 못한다. 공사비가 올라 신축 아파트 분양가가 치솟았고, 공급부족이 예상되는만큼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하는 것이다.

거래량이 크게 줄어드는 현상은 부동산 경기침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회복하려면 거래량이 먼저 회복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거래절벽'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매수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어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넷째 주(2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2.9로 지난주(83.4)보다 0.5포인트 내리며 10주 연속 하락했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인 100보다 낮으면 시장에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서울 아파트 매물들을 보면 호가가 낮지 않다"며 "사정이 아주 급하지 않고서야 싼 가격에 집을 내놓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대로 아파트 매수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불안한 시장환경에서 시세보다 1억, 2억 싼 급매물만 찾고 있다"며 "눈높이 간극이 너무 커서 당분간 거래절벽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