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대만인이자 중국인" 줄어든다…'D-3' 대만 대선, 누가?

올해는 전 세계 70여개국에서 선거가 치뤄지는 '슈퍼 선거의 해'다. 주요국 첫 타자로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16대 대만 총통 선거가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통 선거에서는 친미·독립성향의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64) 후보와 친중 노선의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66), 그리고 제3정당인 대만민중당의 커원저(64)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TV토론회에서 나온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 허우유이 국민당 후보와 커원저 민중당 후보/사진=블룸버그

이번 선거는 대만의 친미 노선이 지속될 것인지 아니면 친중 노선으로 선회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 양상을 띄고 있으며 한반도 등 세계 정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집권 민진당 후보인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될 경우 현 차이잉원 총통의 친미 노선을 계승할 예정이며 허우유이 국민당 후보가 당선되면 중국과 대화를 통한 긴장 완화에 나설 전망이다.


현직 부총통 라이칭더에 맞선 허우유이 신베이 시장지난해 초부터 줄곧 선두를 지켜온 집권 민진당 후보 라이칭더 현 부총통(부통령)을 현직 신베이 시장인 허우유이 국민당후보가 간발의 차로 추격하고 있다. 신베이(New Taipei)시는 대만 최대 도시로 수도 타이베이를 사방으로 둘러싸고 있다. 한국으로 따지자면 경기도 도지사가 야당 대선 후보로 나선 셈이다.

지난 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대만의 총통 후보들을 자세히 소개했다.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는 대만 북부 신베이시의 탄광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고학으로 대만 성공대 의대 등에서 공부한 후 의사로 일하다 정계에 진출했다. 대만 남부 주요도시인 타이난에서 7년간 시장을 역임했고 2017~2019년 행정원장(총리)으로 일하며 민진당 선두주자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진당 내 핵심 주류인 라이칭더 후보는 과거 '대만 독립'을 자주 언급해 독립 성향이 강한 정치인으로 알려졌다.


민진당은 중국과 대립하는 입장으로 국민당 일당독재 시절인 1986년 민주화운동 주역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한 정당이다.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이지 않고 대만 독립을 중시하며 지지를 획득했다.

허우유이 국민당 후보는 대만 남부 도시의 정육점 주인 가정에서 태어나 경찰이 됐으며 2006년 최연소 경찰청장에 오른 인물이다. 대만 최대 도시인 신베이시의 현 시장이다. 국민당은 1940년대 중국공산당과의 '국공내전'에서 패한 후 대만으로 피신했으나 야당으로 전락한 2000년대 들어 대중 유화노선으로 선회했다. 국민당은 대중 관계를 중시하는 재계가 지지기반이며 국내 정치에서는 보수적인 정책을 취하고 있다.

커원저 대만민중당 후보는 대만 북서부 신주시에서 태어나 대만대 의학부를 졸업한 후 외과의사로 일했으며 2014년부터 8년간 수도 타이베이 시장을 역임했다. 2019년 대만민중당을 창당했으며 정치 아마추어를 표방하며 젊은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제3당인 대만민중당은 중립적이지만, 중국에 다소 우호적이다. 민진당과 국민당의 오랜 대립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청년·무당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마지막 여론 조사, 라이 3~11%p 차이로 허우에 앞서오는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는 누가 제16대 대만총통으로 당선될까. 대만은 총통 선거를 열흘 앞둔 3일부터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됐기 때문에 지난 2일 대만 연합보가 총통 후보 여론조사 결과를 총정리해서 보도했다.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가 선두를 지키고 허우유이 후보가 간발의 차로 추격하고 있으나 커원저 후보의 지지율은 다소 떨어져 있는 모습이다. 전체적으로는 라이칭더 후보가 3~11%포인트 차이로 허우유이 후보를 앞섰다.

지난 2일 대만 연합보의 여론조사는 라이칭더 후보 지지율이 32%를 기록했으며 허우유이 후보는 27%, 커원저 후보가 21%에 그쳤다. 아직 선호하는 후보를 정하지 않았다(미결정)는 응답도 20%에 달했다. 마이포모사의 여론조사는 라이칭더(39.6%) 후보와 허우유이(28.5%) 후보간의 지지율 차이가 11.1%로 가장 컸다.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가 줄곧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지율 40%선은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 또 허우유이 후보와의 지지율 차이가 오차 범위에 근접한 결과도 있기 때문에 당선을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대만인들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은 라이 후보에게 다소 유리하다. 대만인이 자신을 '대만인'으로 생각하는지 '중국인'으로 생각하는지에 대한 결과는 추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대만 국립정치대학은 1992년부터 매년 대만인들을 상대로 '대만인 정체성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양안(兩岸·중국과 대만)간 긴장이 고조되고 대만의 반중 정서가 날로 커지면서 자신을 '중국인'으로 여긴다고 답한 비율은 지난해 2.5%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대만인'이라고 답한 비율은 62.8%에 달했다. 1992년만 해도 중국인으로 여긴다고 답한 비율(25.5%)이 대만인(17.6%)보다 높았는데 완전히 역전된 것이다. 이 같은 인식 변화는 친미독립 성향인 라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한편 대만 총통 직선제는 1996년에 시작됐으며 2000년 이후에는 민진당과 국민당이 번갈아 가며 8년씩 집권하고 있다. 대만 총통의 임기는 4년으로 한 차례만 연임이 가능하다. 지금까지의 추세에 따른다면 이번에는 국민당이 집권할 차례지만 민진당이 추세를 깰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