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해 성장률 2.1% 전망 …지정학 갈등 확대시 2%로 낮아질수도"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로 유지했다.

다만 지정학적 갈등과 IT(정보기술) 경기 등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보고 시나리오별 성장률 전망도 함께 제시했다. 중동지역 등 지정학적 갈등이 커지면 경제성장률이 2%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봤다. 반대로 IT 경기가 빠르게 반등해 수출과 투자 회복흐름이 이어지면 올해 2.3% 성장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한은은 22일 발표한 '2024년 2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2.1%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11월 전망과 같은 수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올해 민간소비 전망치가 1.9%에서 1.6%로 하향 조정되는 등 내수부진이 전체 성장률을 (지난해) 11월 전망보다 0.1%p(포인트)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미국의 견조한 성장세와 반도체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개선이 성장률을 0.1%p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한은이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국내외 기관 전망치보다 낮은 수준이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2.3%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KDI(한국개발연구원)는 2.2%를 제시했다.


부문별로 보면 한은은 올해 민간소비가 지난해 대비 1.6%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고물가·고금리 영향 등으로 재화소비를 중심으로 부진 흐름이 이어지면서 민간소비 회복 모멘텀이 당초 예상보다 약화됐다는 진단이다.

설비투자는 IT 경기 회복이 본격화하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첨단공정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봤다. 이에 설비투자가 전년 대비 올해 4.2%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건설투자는 신규착공 위축 등 영향으로 올해 2.6%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상품수출은 증가세가 확대될 것으로 봤다. 글로벌 AI(인공지능) 서비스 수요 확대와 예상을 상회하는 미국의 성장세 등에 따라 올해 상품수출이 4.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2022.2.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한은은 이번 경제전망에서 중동분쟁, 글로벌 경제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점을 고려해 시나리오 분석 결과도 제시했다.

우선 중동지역을 포함한 글로벌 지정학적 갈등이 다시 확대될 경우 우리 경제성장률이 2%로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공급망이 교란되고 주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AI 투자 확대 등 글로벌 IT 경기가 빠르게 반등하면 올해 성장률이 2.3%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이 고성능·고용량 반도체에 우위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규모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11월 제시한 490억달러보다 30억달러 많은 520억달러를 제시했다.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흑자폭이 당초 예상보다 늘어날 것이란 이유에서다. 다만 경상수지 중 서비스수지는 예상보다 저조한 외국인 관광객 입국 등으로 적자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취업자수 증가규모는 올해 25만명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IT 경기 개선 등으로 제조업 고용이 점차 회복되고 여성·고령층 노동공급이 지속되겠지만 내수 회복 모멘텀 약화 등으로 서비스 부문 증가폭이 점차 축소될 것이란 분석이다.

올해 실업률은 2.9%, 고용률은 62.8%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전망치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