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선자격 유지"…미 대법원 만장일치 판결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슈퍼 화요일'인 5일 경선이 열릴 버지니아 주의 리치몬드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AP뉴시스 /사진=이혜미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자격을 유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콜로라도주가 내놓은 트럼프의 자격박탈 판결은 기각됐다.

4일(현지시간) 대법원 재판관들은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았지만 결론적으로 트럼프의 자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에는 만장일치였다.


대법원은 지난달 8일부터 1차 구두심리를 시작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통령 선거 재출마 자격을 심리했다. 콜로라도 주법원의 출마금지 판결에 트럼프가 상고한 것을 대법원이 최종 상급심 판결로 결정하게 된 것이다.

콜로라도 주법원은 수정헌법 14조 3항을 인용해 트럼프의 출마자격을 박탈했다. 이 조항은 미국의 남북전쟁 이후 패한 남부연합군이 이후 헌법을 지지하겠다고 맹세하면서 다시 약속을 어기고 재집권하는 것을 금지하기 위해 채택된 규정이다.

14조 3항은 "미합중국 또는 어느 주에서든 민선 또는 군인으로서, 또는 미합중국 헌법을 지지할 것을 선서한 적이 있는 사람, 미합중국의 장교로서, 또는 주 의회의 의원으로서, 또는 어느 주의 행정 또는 사법관으로서, 반란 또는 반란에 가담하거나 그 적을 원조 또는 위로한 적이 있는 사람은 상원의원이나 의회 의원, 대통령 및 부통령의 선거인이 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3항은 "그러나 의회는 각 하원의 3분의 2의 투표로 그러한 장애를 제거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의 자유주의 대법관 세 명마저 주정부가 대통령 후보를 투표에서 제외하기 위해 14조 3항을 발동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3인의 재판관은 "미국의 연방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판단을 주별로 내릴 경우 혼란스러운 문제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콜로라도주의 판결을 기각했다.

대법원은 트럼프 측이 내놓은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트럼프 측은 서두부터 민주주의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들은 "법원이 수천만 명의 미국인의 참정권을 박탈하겠다고 위협하고 다른 주 법원과 주 관리들이 콜로라도의 선례를 따르고 공화당 대선 후보를 배제할 경우 혼란과 혼란을 촉발할 것"이라며 "이러한 투표 실격 노력을 신속하고 단호하게 종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리적으로는 트럼프가 수정헌법 14조 3항에 포함된 공무원 중 한 명이 아니라는 것을 내세웠다. 2020년 대선 결과를 승복하지 않고 반란을 지원한 점을 미필적인 문제로 인정하면서도 대담하게 헌법 조항 속의 공무원에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가 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텍스트 상의 문제를 파고든 것이다.

법리적인 문제를 떠나 트럼프는 그가 재임시절에 구성한 대법원의 이점을 누리는 결과를 얻게 됐다. 현 대법관 9명 가운데 6명이 공화당 지명자인데 이중 3명은 트럼프가 직접 지명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보수성향의 대법관들은 판결로 인해 현 구도에서 국민들의 과반에 가까운 지지를 받는 인물을 도태시키는 결과를 회피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