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화화 vs 방어권…의사 커뮤니티 "2주간 압수수색 2번" SNS 중계 논란

지난달 22일(왼쪽)과 이달 11일 의사와 의대생들이 주로 사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 사무실을 경찰 수사관들이 압수수색하고 있다. /사진=메디스태프 대표 SNS

의료인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 대표가 경찰 압수수색 과정을 소셜미디어(SNS)에 공개한 가운데 정당한 공무집행을 희화화한다는 비판과 악의적 목적이 없는 새로운 형태의 방어권 행사라는 의견이 엇갈린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달 22일과 이달 11일 강남구 메디스태프 본사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은 이 기간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해 PC, 노트북을 포함해 메디스태프 대표 A씨의 휴대폰 등을 확보했다.


메디스태프는 의대생 또는 의사들이 인증해야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다. 앞서 이곳에 전공의들에게 사직 전 자료를 삭제하라는 글 등이 올라왔고 경찰은 글쓴이를 특정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A씨는 이 기간 압수수색을 집행하고자 사무실에 온 경찰 수사관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 그는 SNS에서 "3일 전 수사협조 요청을 위해 (경찰 수사관이) 방문했기에 압수수색 나올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또 "수사관에게 휴대폰을 제출한 지 이틀만에 안드로이드 비밀번호가 풀렸고 바로 아이폰을 샀다"며 "2주동안 압수수색 2번 받은 썰 푼다"고 했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경찰이 압수품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부터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의대정원증원저지비상대책위원장(강원도의사회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사진=뉴스1

일각에선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집행하는 경찰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희화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수사관들의 얼굴이 비치면서 이들을 압박한다는 목소리도 뒤따른다.

형법 전문가인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꼭 공개할 필요성이 있으면 몰라도 이번 압수수색은 공개의 필요성이 없어 보인다"며 "공무집행 중인 경찰관 초상권은 공개해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해당 수사관의 향후 수사 활동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행위는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유튜버들이 악용할 여지도 있다"며 "앞으로도 경찰의 압수수색이나 수사 진행 사항이 SNS에 무차별하게 퍼지게 된다면 이를 보완할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같은 행위가 새로운 형태의 방어권 행사라는 목소리도 높다. 정구승 법무법인 일로 변호사는 "수사기밀을 유출하는 게 아니라면 압수수색 과정을 SNS에 올리거나 유튜브 등으로 생중계하는 건 표현의 자유"라며 "수사기관도 정밀하고 절차에 맞게 압수수색을 하도록 만들어서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본다"고 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촬영자나 SNS게시자가 압수수색 당사자가 아니면서 불필요하게 다른 사람의 사생활이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면 개인정보 침해의 여지가 있다"며 "(SNS 중계가) 위법은 아니더라도 좋게 보이지 않지만 그 자체로 공권력이 준법질서를 준수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방해 여부는 개별 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서 정확한 것은 집행관서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